지도자의 덕목
지도자의 덕목
  • 조원오 <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4.05.2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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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조원오 <원불교 충북교구장>

주역(周易)에 보면 ‘덕이 부족한데 앉은 자리가 존귀하고(德微而位尊) 지혜가 적은데 바라는 바가 크면(智小而謀大) 재앙이 따르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無禍者鮮矣)’라고 하였다. 덕과 지혜가 부족한 사람이 높은 자리를 탐내면 반드시 재앙이 따른다는 말씀이다.

지역 발전을 책임지는 지도자를 뽑는 6·4 지방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선거철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자천 타천으로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다. 그들이 언제부터 그 일을 준비해 왔으며 과연 지도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실현 가능성도 없는 허위공약을 남발하거나 현란한 말솜씨로 유권자들을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되겠다고 내건 공약이 한낱 말장난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킬 수 있는 공약,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유권자들과 약속, 국민들과 약속, 실현 가능한 약속, 그것이 공약이다.

덕과 지혜가 부족한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덕과 지혜는 새의 두 날개와 같다. 부처님께서는 덕과 지혜를 아울러 닦아 무루(無漏)의 지혜 광명을 발하시고 무루의 복을 닦아 복과 지혜가 원만 구족하시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덕은 명예욕에 의해 허물어지고 지식은 경쟁심에서 생겨난다(德蕩乎名, 知出乎爭)”고 하셨다. 헛된 명예욕은 인간관계를 해치고 지식은 다툼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개인의 명예와 안일을 위한 선거로 인해 덕이 무너지거나 그동안 힘들게 쌓은 지식이 한갓 경쟁하는 도구로 쓰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 네 가지, 사섭법(四攝法)을 밝혀주셨다. 보시(布施), 은혜를 베풀고 애어(愛語), 부드럽고 고운 말을 쓰며 이행(利行), 남에게 이로움을 주고 동사(同事), 모든 일을 함께 하는 것이다.

지도자의 길은 멀고 험하다. 말과 글이 아닌 실행하는 조건으로 남을 지도해야 믿고 따르기 때문이다.

원불교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지도자가 되려면 지도받는 사람에게 신용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또한 “지도받는 사람 이상의 지식을 갖추고 그들에게 사리(私利)를 취하지 말며 일을 당할 때마다 지행(知行)을 대조하라.”라고 하셨다.

지역 주민과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자기가 약속한 공약 하나 하나를 성실하게 실천하는 데서 시작된다. 공약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실천을 통해 보여 주어야 신뢰가 쌓인다. 지도자는 부단한 자기 성찰과 함께 공익과 신뢰를 우선해야 한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듯 믿음이 없는 정치인은 설 곳이 없다.

6·4지방선거에서 올바른 지도자를 뽑는 일은 유권자의 소중한 권리이며 의무이다. 허황된 공약에 마음이 흔들리거나 친분에 끌려 올바른 지도자를 선택하지 못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려면 먼저 덕과 지혜를 갖춰야 한다. 덕과 지혜를 고루 갖춘 유능한 지도자를 지역 일꾼으로 뽑는 일,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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