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이대로는 안 된다
안전관리, 이대로는 안 된다
  • 조원오 <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4.04.3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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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조원오 <원불교 충북교구장>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건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국가의 안전관리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행정안전부의 명칭이 안전행정부로 바뀌었다.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우선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고 말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책임지는 관계부서에서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탁상공론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인들도 소모적인 정쟁을 잠시 멈추고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으로 안전대책 마련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이번 사고의 가장 큰 피해자인 단원고 학생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이제 막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송이들, 미처 피어 보지도 못한 학생들의 넋을 무슨 말로 달래줄 것인가. 나이 먹은 어른의 한 사람으로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 가눌 수가 없다.

300명이 넘는 아이들을 왜 밤배에 태워야 했는지, 4학급 150명 내외로 참여하도록 한 수학여행 지침은 왜 지켜지지 않았는지 마음이 아프다. 갑작스런 사고로 얼마나 무서웠을까, 어두운 바다 밑은 얼마나 추웠을까, 사랑하는 아들과 딸, 부모 형제를 잃은 가족들의 슬픔은 얼마나 클 것인가.

세월호의 침몰은 국민 모두의 아픔이 되었고 세계 7위 수출국, 세계 15위 경제대국이라는 수식어가 오히려 부끄럽고 초라하게 되었다. 반도체 생산율, 조선, 철강, 초고속 통신망 보급률 각 1위로 세계에 이름을 날리던 대한민국이 안전에 관한한 삼등국에 머물고 있음을 세상에 알린 셈이 되었다.

정부가 집계한 세월호의 탑승객과 구조자 실종자의 숫자가 오락가락하자 일부 언론은‘생존자 숫자도 못 세는 정부’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탑승자 명단에도 없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신참 3등 항해사에게 운항을 맡기는가 하면 화물 적재량을 줄여서 보고하는 등 총체적 부실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일들이 그동안의 관행이었다면 이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안전 불감증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선장을 비롯한 일부 승무원들의 무책임한 행동은 결국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그들이 자기만 살겠다고 배를 버리고 탈출한 것이다. 그들에게 승객의 안전은 없었고 비상시에 대처하는 매뉴얼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끝까지 배에 남아 학생들의 탈출을 도왔던 여승무원 고 박지영씨의 안타까운 소식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또한 크고 작은 사고가 날 때 마다 대두되는 민 관 군의 협조체계는 이번에도 그 미숙함을 보여주었다. 서로 견해가 다르고 지휘계통이 다르다보니 황금 같은 시간을 초기대응에 활용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엄정한 수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고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희생을 값진 교훈으로 삼아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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