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앞에서는 남녀가 따로 없다
담배 앞에서는 남녀가 따로 없다
  • 도정자 <(사)대전한국소비생활연구원 회장>
  • 승인 2014.04.1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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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도정자 <(사)대전한국소비생활연구원 회장>

담배와 여성, 썩 익숙한 조합은 아니다.

하지만 이삼십년 전 사회 분위기와 비교해 보면 그래도 지금이 자연스러운 편이다.

당시엔 담배와 여성을 붙일 땐 항상 ‘어디 감히’라는 수식어가 필요했다.

여자가 어디 감히 담배를 피우고 그러냐는 것이다.

담배를 피우는 여자는 버릇없고 불경한 존재였다.

우리나라에서만 그랬던 것도 아니다.

100년 전 미국에서도 여성 흡연은 터부시 되었다.

그러다 1920년대 이후 본격화된 여권신장운동과 담배 소비자층을 넓히려는 담배회사의 마케팅을 계기로 미국 여성들 사이에 담배가 퍼지기 시작했다.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조카이자 현대적인 PR(Public Relations) 개념을 정립한 홍보 전문가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이벤트는 터부시 되던 여성 흡연의 장벽을 깨버렸다.

유명 여배우와 모델들에게 거리에서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게 하는 ‘자유의 횃불’ 퍼레이드를 벌여 대중의 인식 자체를 바꿔 버린 것이다.

이후 담배는 문화가 되었다.

그러나 광고는 진실이 아니라 환상을 보여주며, 그 환상은 언젠가는 끝나고 만다.

그동안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담배가 폐암과 후두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야기하는 최악의 물질임이 밝혀졌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담배연기에는 81종의 발암물질과 4000종의 유해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800건의 개인 소송에서 승소했던 미국의 다국적 담배회사들 또한 1994년 주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자 버틸 수 없었다.

담배 첨가물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속이고 청소년과 여성에게까지 담배를 판매하려던 전략이 들통 나자, 담배회사들은 260조원이라는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하는데 합의해야만 했다.

담배로 인하여 매년 500만명에 달하는 사람이 흡연으로 사망하고 있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는 담배를 1급 공중보건문제로 지정한 바 있다.

2003년 5월에는 담배 광고와 판촉, 후원을 금지하고 담뱃갑의 30% 이상 면적에 경고그림과 문구를 삽입하며, 미성년자의 접근을 금지하는 담배규제기본협약을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하여 2005년 2월 27일부터 효력을 발휘하였다. 

더 이상 담배는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담배는 더 이상 여권신장의 상징도 아니다.

담배는 건강 문제에 관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평등함을 일깨워 준 인류 보편의 위험물질이다.

이전까지는 담배가 여성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면, 이제는 인간이 담배의 접근을 뿌리쳐야 할 때다.

단순한 금연운동으로는 부족하며, 혁명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명간 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에 제기할 흡연폐해 진료비 청구소송이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것도 그래서다.

담배소송은 진정 남녀가 ‘평등하게 건강할’ 권리를 보장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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