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이 피면
찔레꽃이 피면
  • 변정순 <수필가>
  • 승인 2014.04.1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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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변정순 <수필가>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 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봄비가 살짝 내리는 오늘아침, 장사익의 찔레꽃을 듣는다. 애절하고 슬픈 노래가 분명한데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가슴이 또 후련해지는 것은 뭘까.  

며칠 전 초등학교 동창들의 만남이 있었다.

오십대의 얕은 주름과 희끗한 머리의 동창인데도 머릿속에는 서로의 어릴 적 모습을 간직해서인지 철부지 어린아이들이 만나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말과 행동이 더 자유롭고 약속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와도 기다려 줄줄 알고, 음식이 맘에 안 들어도 타박하는 친구가 없다. 서로의 건강을 챙기던 중 한 친구의 아들이 몇 년째 완쾌될 수 없다는 소식에 가슴이 먹먹했다.

그 자리에서 서둘러 십시일반 돕기로 하였지만 여전히 안됐다. 또 한 친구는 스트레스로 인하여 몸이 망가져서 건강 챙기려고 교사생활을 접고 자유로운 생활을 하면서 지낸다고 했다. 시간이 많아지니 이것저것 일을 만들어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은 가볍단다. 전에 이 친구를 볼 때는 피곤함이 늘 서려있던 얼굴빛이 훨씬 밝아지고 웃음이 있고 행복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자신의 몸을 돌보기 위하여 오랫동안 천직으로 알았던 직업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그녀가 좋아 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음이 참 부러웠다.

그가 좋아하는 일중의 하나는 꽃잎차를 만드는 작업이다. 목련꽃잎 차는 따뜻한 불에 여러 번 덖는데 꽃잎이 상할까봐 한 장 한 장 젓가락으로 뒤집으며 말린다고 한다. 마지막에는 센 불 로 한번 덖어주면 되는데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목련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많은 인내가 필요할까. 그 덕에 허리가 많이 아팠다고 이야기하는 그 친구의 모습이 아름다웠고 행복해보였다. 또 작년에 찔레꽃차를 못 만들어서 아쉬움이 남아 꽃이 피면 찔레꽃차를 꼭 만들어야겠다고 했다. 기대가 되었다. 

찔레꽃잎을 따서 입에 넣으면 약간 떫은맛이 나지만 싱그러운 하얀 꽃 냄새는 그 옛날 동무들 같다. 산 고개를 넘어서야 통학을 할 수 있었던 초등시절 초 여름날, 찔레꽃 이 필 때면 덤불을 헤치고 찔레 순을 땄다. 산길에는 흔하디흔한 것이 찔레나무라서 굵고 탐스런 찔레 순을 골라서 꺾어 먹었다. 찔레 가시가 강해서 손가락 찔리는 일이 잦았지만 껍질을 벗겨 연한 새순을 씹으면 아삭하고 달콤하니 갈증을 풀어 주었던 그 맛이란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패스트푸드에 입맛이 길들여진 요즘아이들이 찔레순을 먹는 아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 찔레꽃은 알고나 있을까. 그때 방과 후 집으로 가는 길에 배고픔을 달래주고 친구와 나눠먹던 간식이기도 했다.

아무튼 찔레꽃이 피면 꽃잎 따러 산기슭을 누벼야 할 것 같다. 어린 시절 착한 어린이의 마음이 여전한 찔레꽃 같은 내 친구들과 함께 찔레순 꺾어 먹던 그때의 좋을 시절을 생각하면서.

“찔레꽃처럼 노래했지. 찔레꽃처럼 춤췄지” 벌써 노래가 몇 번째 반복되어 돌아가고 있다. 아련한 가사와 멜로디를 들어도 장 사익의 한이 서린 절절한 목소리로 하여금 다시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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