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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9.2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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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것의 가치
윤 명 숙 <논설위원 충청대 교수>

모든 일에는 늘 크고 작은 것들이 함께 어우러지게 마련이다. 큰일을 하는 경우에는 심사숙고하게 되고 마스터플랜이나 밑그림, 청사진 등이 제시된다. 그리고 이런 큰일은 세상의 주목을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정련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래서 큰일은 그르칠 가능성이 적다. 일의 성패는 오히려 작은 것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작은 것이 커다란 부가가치를 갖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첫째, 우리는 큰 것보다는 작은 것에 더 잘 감동한다는 것이다. 나를 곤경에 빠뜨린 그 친구를 만나기만 하면 그냥 놔두지 않겠노라고 벼르다가도 막상 그가 나타나 화해의 제스처로 내미는 그 떨리는 손을 보는 순간 분노는 어느새 사그러져 버리게 된다. 혹자는 말한다. 사람은 예상치 못한 큰일에는 오히려 놀라기만 하지 감동하지 않으며, 의외로 작은 것에 감동한다고. 서비스 기업의 경우 진실의 순간(MOT, moments of truth)이라고 불리는 15초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고객이 직원과 접촉하는 평균 시간인 단 15초가 그 기업의 인상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것에 대한 감동은 조직에서도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그 조직을 활성화시킨다.

둘째, 작은 것은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커다란 마음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 이름 잘 외우기로 유명한 철강왕 카네기가 공장을 방문하여 현장의 말단 근로자의 이름을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 주는 것만으로 상대를 감동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 속에는 상대에 대한 인정과 믿음, 그리고 커다란 사랑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조그만 선물도 마찬가지이다.

셋째, 큰 것과 똑같이 작은 것도 우리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류시화 시인이 한 잠언집 서문에 쓴 너무도 소박한 그 한 문장 "차와 고구마와 조촐한 방 안으로 비쳐드는 가을 햇살이 평화롭기만 한 아침이었다"가 이 가을에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듯이 말이다. 작은 것에 행복해 할 수 있는 우리이기에 우리는 행복할 것이 너무도 많고 행복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 같다.

넷째, 작은 것을 잘 해냄으로써 오늘 우리가 느끼는 이 잔잔한 기쁨이 내일에는 더 큰 것을 감당하고 더 크게 환호성을 부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성경에 다음과 같은 비유가 있다. 한 주인이 타국에 가면서 세 명의 종에게 각각 금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를 맡겼다. 몇 년이 지난 후 주인이 집에 돌아와 세 명의 종을 불러 그동안 그가 맡겼던 돈에 대해 물어 보았다.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받았던 종들은 그것으로 장사를 하여 각각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더 늘렸지만, 한 달란트를 맡았던 종은 땅을 파고 감추어 두었다가 그대로 한 달란트만을 주인 앞에 내놓았다. 그러자 주인은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맡겼던 종들의 충성됨을 칭찬했지만, 한 달란트를 맡겼던 종에게는 화를 내며 게으른 종이라고 야단치고 내쫓아 버렸다.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자에 대한 질책의 교훈이 담긴 메시지다. 오늘의 작은 것에 대한 노력이 내일의 큰 것을 감당해 내기 위한 훈련임을 잊지 말자.

작은 것에 충실하면서 똑바로 또박 또박 걸어가는 우리의 눈앞에 또렷하게 대성공이라는 깃발이 휘날리고 있는 것이 보이지만, 이 보다 우리를 더 들뜨게 만드는 것은 그 길을 따라 가면서 순간순간 느끼게 되고 우리 마음을 물들이고 있는 이 작고 작은 기쁨과 행복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긴 길을 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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