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사 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9.2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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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매그나칩 하청노조의 문제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한 발짝씩 물러나 양보해야 한다. 서로 이해하면서 타협해야 한다. 이 얼마나 훌륭한 말인가. 그런데 한쪽은 벼랑끝에 발을 디디고 있고 다른 한쪽은 안전한 지점에 발을 디디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상황에서 '한발짝씩 물러나는 양보'는 무엇을 뜻하는가. 벼랑끝에 서 있는 쪽은 벼랑으로 떨어져 죽으라는 뜻이다. 하이닉스 매그나칩 하청노조가 지금 그런 상황이다. 물러나서 양보하고 타협하라는 것을 달리 말하면 하청노조는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결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관할 자치체인 충청북도나 냉소적인 사람들은 모두, 하청노조는 죽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자본연합군은 잘못 선택한 노동운동의 책임을 하청노조와 민주노총이 져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양보는 가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양보는 힘있는 쪽에서 하는 것이다. 하청노조는 가진 쪽이 아니다. 힘이 있는 쪽도 아니다. 아울러 이 문제를 양보하면 국가 전체의 비정규직 문제가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하이닉스와 자본은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이들은 그저 살기 위해서 투쟁하는 것일 뿐이다.

지금 자본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라는 비인간적인 제도를 지지하면서 노동이라는 이름의 인간을 능멸하고 있다. 하이닉스 낸드플래시 공장을 유치하고자 하는 충청북도 역시 자본의 논리에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다. 간단히 말해서 성장발전 제일주의를 신봉하는 행정기관이나 시민(civilian)들 또한 공장 유치에 해가 되는 전투적인 노동운동은 종식되어야 한다는 하청노조 오류론을 펴고 있다. 그 사이에 하청노조는 도청 옥상에서 시위를 하다가 5명이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어찌 해결책이 없을 것인가.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더이상 양보할 것도 없고, 물러설 곳도 없는 노동자들에게 양보하라는 것은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 양보와 타협은 강자인 하이닉스 매그나칩이 해야 한다. 만약 매그나칩이 이에 대해서 소극적이라면 하이닉스만이라도 인도적(人道的)인 차원에서 그리고 노사의 새로운 상생(相生)을 위하여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충청북도, 노동부, 시민단체, 노동계 특히 원청업체인 하이닉스 등이 모두 지혜를 모아 이 사태를 해결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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