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표
화살표
  • 김용례 <수필가>
  • 승인 2014.03.2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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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용례 <수필가>

봄바람이 심하게 분다. 꽃샘추위로 손등이 시리다. 나는 겨울 추위보다 꽃샘추위가 더 냉혹하게 느껴진다. 몸이 얇아진 옷에 적응 하지 못해서 그런가 보다. 따스해진 햇살이 반갑다.

지난겨울 친정어머니가 허리 통증으로 고생을 하셨다. 아버지는 어디서 들으셨는지 대전에 있는 한방병원으로 가셔야 한단다. 팔십 노구의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성한 곳보다는 나쁜 곳이 많으시다. 두 분, 올 들어 부쩍 쇠락해지시는 듯하다.

병원에 가면 무슨 약 먹고 어디서 났다더라, 어느 병원이 용 하다더라는 정보를 듣게 되는가보다. 청주에도 병원이 많은데 굳이 대전에 있는 한방병원으로 가셔야 한단다.

초행길이라 내비게이션 안내를 받으며 출발했다. 서청주 톨게이트에서부터 병원이 있는 대전까지 나는 이정표가 지시하는 화살표 방향만 보고 찾아갔다. 낯선 길에서 이정표에 있는 화살표는 방향의 신이다. 이유가 없다. 맹목적으로 따라야 한다.

우리의 삶도 목적지를 가리켜 주는 화살표가 있었으면 좋았을까? 아마도 힘들이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 인생에 어떤 묘미는 없었을 것이다. 각자 가고 싶은 인생이 있다. 그러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으로 가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지금 시련을 겪는 사람들은 가다가 방향을 잃었거나 두 갈래 길에서의 선택이 힘든 길을 가도록 했을 것이다.

화살표는 방향을 가리킨다. 화살표의 힘은 화살촉에 있다. 화살표의 촉을 지워버리면 화살표는 힘을 잃어버린다. 아무것도 아니다. 목표를 향해 가다가 갑자기 화살촉이 지워졌다고 생각해 보자. 그때부터 시련의 시작이다. 한 곳만을 바라보다 갑자기 방향을 잃으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두 아이를 키우며 그런 경험을 했다. 작은아이가 오직 한곳, 항공사만을 고집했었다. 실패를 여러 번 겪고 다른 길을 찾기까지 아이가 1년여의 시간을 헤매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아야 했다. 누구도 다른 이의 인생을 끌고 갈 수는 없다. 자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방향만 잡아주고, 본인이 찾아서 가도록 해야 한다.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가려면 시간과 노력은 들겠지만 성취했을 때의 자신감과 만족감은 클 것이다. 화살표는 방향을 지시하는 기호이다. 이동하는 형태, 계속 진행할 수 있는 발전과정, 낯선 거리에서 기호는 배려가 된다.

나는 지금도 가고 싶은 곳이 많다. 나를 중심으로 화살표가 10개쯤 빙 둘러 있다. 자신감이 없어 출발을 못 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첫발을 뗄 것이다. 배낭을 메고 우리나라 곳곳을 두 발로 걷고 싶었던 40대 때 꾸었던 꿈, 남편 퇴직하면 둘이서 동해서부터 서해까지 해변도로 걷기. 피아노를 다시 시작해 보기 등 등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어머니, 아버지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수월했다. 나는 두 분이 만족해 하시는 모습을 보며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의 삶은 어머니, 아버지로부터 배웠고 내 아이들은 나를 보고 따라온다. 고속도로에서 수많은 차들이 질주를 한다. 길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보았던 화살표의 의미를 오늘 다른 느낌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따스해진 봄 햇살이 눈 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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