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으로 산다는 것
나다움으로 산다는 것
  • 강희진 <수필가>
  • 승인 2014.03.1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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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강희진 <수필가>

최근 들어 ‘퍼스널 브랜드’에 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어떤 사람의 이름을 들으면 아~·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다 하고 나오는 이미지를 뜻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능력을 필요 이상 인식시키고자 애쓴다는 의미도 표방하고 있다. 또 나는 ‘이런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는 다른 유형으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한다.

나도 새로운 집단에 들어가면서 ‘나는 이런 이미지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뜻밖에 잘 되지 않았다. 평소의 나답지 않은 온화하고 조용한 이미지를 구축하려다가 오히려 곤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A라는 사람은 B에 대해 이야기 하고 B는 A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평소 같으면 “아니야 이건 이렇고 저건 저래” 하면서 명쾌하게 정의를 내리고 중간에서 역할을 했을텐데 그러지 않았다.

늘 사람들의 평가가 나는 중간자의 역할을 잘해서 중간간부로서 제격이라는 말을 들어왔던 터라 어쩌면 그런 이미지를 벗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아 그랬어?” 라고 의견을 말하지 않은 채 들어만 주게 되었다.

양쪽 다 나에게 과시를 하고 싶었는지 자기가 주인공이었던 것처럼 말을 했다가 급기야는 일이 터진 뒤에야 아니었다고 변명하고 보니 일은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양쪽에서 듣기만 하고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침묵했던 것이 후회되었으나 이미 늦어버렸다.

모임의 사람들은 대부분 최고 지식층에 속해 있었다. 그 위에 남들 앞에서 소통에 대한 강의를 하고 한 단체를 이끌어 가는 리더들이었는데 심각한 소통의 부재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들 자기 이야기만 하고 자기의 생각이 옳고 그래서 이랬을 것이라 짐작해 말을 하고 그러다 보니 전혀 소통이 되지 않는 집단이 되어버렸다.

유명한 ‘화이자 제약’의 ‘제프 킨들러’ 회장은 주머니에 1센트짜리 동전 10개를 넣고 부하직원들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었다고 생각하면 다른 쪽 주머니로 옮겼다고 한다. 근무를 끝낸 후에는 주머니의 동전으로 하루의 점수를 매겼고 그렇게 해서‘경청형 리더’의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한다.

문제는 결국 내가 두 쪽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들어주어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고 평소의 나처럼 중간 역활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상담소를 운영하는 분에게 들은 얘기인데 현명한 사람들은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행복할 때 더 행복하기 위해서’ 자신의 성격문제를 점검하고 의사소통과 갈등해결책을 공부하러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것을 갖춘 사람들이 모인 원만한 집단이었는데 지금처럼 잠재적인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은 양쪽 다 소통의 부재에서 나온 일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 보다도 이미지를 바꾸려다가 나다움을 잃어 버렸다. 나다움으로 사는 것이 가장 최선의 삶이라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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