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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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9.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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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 생명을 지키는 사회
김훈일 주임신부(초중성당)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가족계획이라는 이름하에 산아제한과 낙태가 정부의 주도로 이뤄졌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국가의 자원은 한정적인데 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면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생명을 경시한 정책은 결국 20년도 되지 못해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켰다.

우리 사회가 조만간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노동인구가 줄어 경제발전은 고사하고 사회를 유지할 활력조차 소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5년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2000년 이후 연간 35만 건의 낙태수술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출산을 장려하는 시대가 되었는데, 이런 엄청난 살인이 자행되고 있으니 산아제한을 국가적 캠페인으로 벌이던 군사정권시절의 낙태는 얼마나 심했을지 생각해보면 슬픔이 앞선다.

무지한 군사정권이 일으킨 생명 경시 풍조는 낙태라는 의료적 행위의 차원을 넘어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윤리와 도덕을 흔들고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산아제한을 하고, 결혼을 하지 않는 젊은이들도 늘어간다. 자녀를 낳고 키워가는 것이 인간의 가장 소중한 권리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우리들 부모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전해준 행동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나 혼자 살기도 힘든데 아이는 많이 낳아서 쓸데없이 고생하는가 하는 이기적인 생각이다. 자신이 잉태한 생명도 지키지 못하는 사회가 어떻게 타인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가 될 수 있는가

이러한 상태로 사회가 흘러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표면적으로 보면 우리 사회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이제는 삶의 질에 관해서 논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른 생명을 죽여서 얻는 삶의 질인 것이다. 이렇게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는 결국 무너지고 만다.

우리 사회의 도덕과 윤리에 대해서 각성해야 한다. 이런 죽음의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러한 죽음의 문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범죄부터 막아야 한다.

첫 번째 전쟁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남·북간의 대결이 파국적 결말로 끝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의 주민도 한민족이며 동포이고, 그들의 생명과 재산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둘째로 사형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사형은 또 하나의 살인이다. 사형 제도는 범죄를 예방하거나 억제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집행해 온 사형 횟수를 본다면 범죄 발생률이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범죄는 더 흉악해지고 범죄 발생률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사형은 죄를 지은 사람에게서 회개의 기회를 박탈할 뿐 아니라 오판으로 무죄한 생명을 빼앗을 가능성까지 있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하느님께서 창조하였다.(창세기1 26-27). 어느 누구도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박탈할 권리는 없다.

셋째로 낙태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인간 생명은 수정되는 그 순간부터 인간이다. 가장 작고 힘없는 태아들을 경시하는 세상에서는 온갖 범죄가 난무할 수밖에 없다. 가장 미소한 인간생명도 언제나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모태에서부터 나는 당신께 의지하였고,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당신은 나의 힘이었으니 나는 언제나 당신을 찬양합니다(시편 71,6)."

넷째로 생명 조작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인간 배아는 사람의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것으로, 자궁에 착상되어 정상적으로 자랄 때 한 아이로 태어나는 인간 생명체를 말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인간 배아를 이용하고 파괴하는 연구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문제들을 발생시킬 수 있다.

생명이 조작되기 시작하면 인간 복제, 인간과 다른 동물 간의 교잡, 태아에 대한 우생학적 선택, 유전자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생명의 파괴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도 유전자 조작 식품으로 알 수 없는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인간 생명은 결코 인간의 손으로 마음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에게서 주어진다는 것이 근본 진리이다. 그러니 우리 인간은 겸손하게 이 생명을 소중히 간직하고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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