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강아지풀
무심천 강아지풀
  • 심억수 <시인>
  • 승인 2013.10.0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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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심억수 <시인>

가을의 길목이다. 저마다의 색깔로 자신을 갈무리하는 자연을 바라본다. 돌아보고 싶지 않은 지난날을 애써 반성하며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나를 잘 갈무리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젊은이들이 무심천 강변을 열심히 뛴다. 그들이 애잔한 마음이 드는 것은 나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나도 미래 지향적인 삶을 살기 위해 앞만 보고 열심히 뛰었을 때가 있었다.

돌이켜 보면 인생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가당치 않은 목표를 세워 놓고 내 딴에는 열심히 사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 욕심 저 욕심 너무 많이 부렸다. 사회적 체면과 겉치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작은 일에도 신경을 곤두세워 많은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였다.

이제는 지나간 세월이 젊은이들의 뜀박질만큼이나 빠르게 내 곁을 떠나고 있다.

무심천 강변의 수많은 강아지풀이 바람에 흔들린다. 거친 세상살이에 이리저리 채이면서 꺾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내 모습은 사라졌다. 매사 그저 바람 부는 대로 나는 흔들리고 있다. 무심천 강아지풀의 한가로움과 지혜로움을 바라보며 즉흥시를 지어본다.



수많은 선물을 주었던 계절의 시간

무심천 물길 따라 한없이 흘러가고

인연의 숲 안에 길들여진 아우성이

반란의 깃발로 홀로서는 적막함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라는 핑계로

세상을 향해 말없이 흔들던 꼬리

슬며시 강물에 떼어놓고 돌아설 때

무심천 강아지풀 애잔한 밤을 업는다.

 

가족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앞만 보고 열심히 뛰었던 시절, 때로는 좀 더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살아보려고 애써보기도 하였다. 일상의 날들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았다. 날마다 치열한 삶 앞에서 나 자신 피해 가기에 급급한 날들이었다.

이제는 길가의 쑥부쟁이만 봐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보면 저리 살지 못한 내가 가여워진다. 모든 것이 자연의 섭리대로 돌아가는 것이 이제야 보인다.

그토록 치열한 삶의 경쟁에 치열하지 못하다고 다그치던 아내의 현명한 조언이 잔소리로 들리더니 이제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아이들도 모두 출가하여 제 식구 챙기기에 바쁘다. 이순(耳順)이 되어 나를 바라보니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 인생의 종착역에 다다를 때까지 아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고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바람이 와~하고 함성을 지른다. 강아지풀이 더 힘차게 꼬리를 흔든다. 꼬리를 흔드는 것이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아부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지키려는 혼신의 몸부림임을 이제야 알겠다.

세상 사람들의 꼬리를 대신하듯 흔드는 저 강아지풀도 가을이 지나면 꼬리를 내려놓고 침묵의 계절을 견딜 것이다. 생명의 순환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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