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패스가 지배하는 사회
소시오패스가 지배하는 사회
  • 김훈일 <청주카리타스노인요양원 원장>
  • 승인 2013.09.2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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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훈일 <청주카리타스노인요양원 원장>

소시오패스란,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르며 이에 대해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소시오패스의 예로 작년에 종영한 드라마 ‘추적자’에서 배우 김상중이 연기했던 인물 ‘강동윤’을 들 수 있다. 강동윤은 평소에는 너그럽고 관대한 모습을 보이다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비도덕적인 행동, 심지어 살인도 서슴없이 저지른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고 후회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소시오패스는 우리 가족 중에, 학교에, 혹은 직장에 ‘평범’해 보이는 사람 중에 존재할 수 있다. 실제로 소시오패스가 사이코패스에 비해 훨씬 많다고 알려졌는데 전 인구의 4% 정도가 소시오패스라고 한다. 심리학자 마샤 스타우트는 “그들은 우리의 일상 속에 늘 함께 있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그들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소시오패스적 성향이 있는 사람에게 인생은 남을 누르고 이기는 지배게임이다. 그리고 소시오패스의 지배게임 속에 놓인 96%의 사람 중에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소시오패스에게는 사소한 일이지만 당하는 이들에게는 참사와도 같다.

그런데 이 소시오패스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일상을 영유하고 있다면 문제가 덜하다. 이 성향의 사람들이 권력을 가지거나 많은 사람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자리에 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런데 최근 이런 반사회적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영향력 있는 자리에 다시 나타나고 있다. 경영자의 자리에서 이익만 생각하며 노동자들을 무차별 해고해 죽음으로 몰아넣고, 군인의 자리에서 전쟁을 획책하고, 법조계 자리에서 억울한 수사와 판결을 하고, 언론인의 자리에서 거짓을 보도하고, 공직자의 자리에서 부당한 이권에 개입하여 비리를 저지르고, 노동자의 자리에서 대결과 투쟁만 조장하고, 시민단체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권력기관에서 공작정치를 하고, 정치인의 자리에서 지방자치단체와 나라를 팔아먹는 행위를 한다.

올해 일어났던 매우 중요한 사회지도층의 일탈사건 중에서 차마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사건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의혹사건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사건이 있다. 특히 김학의 전 차관은 검찰총장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던 사람이다. 그가 찍힌 난잡하고 추한 동영상과 무책임한 행동을 보면 우리나라가 어떤 사람들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는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밖에도 통진당 이석기 의원 사건이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채동욱 검찰총장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모두는 애초에 우리 사회의 지도층에 올라서면 안 되는 사람들이다. 이 소시오패스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보수와 진보 세력 가운데 모두 존재한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이 나라를 혼란으로 빠트리고 사람들을 갈등과 대결로 몰아넣는 것이다.

보수주의가 나쁘지 않고, 진보주의가 나쁘지 않다. 악한 성향에 기울은 인간이 나쁜 것이다. 이런 악한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사회지도층이 되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더욱 강화하여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극심한 대결은 소시오패스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는 매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그들은 사회적 갈등과 대결을 더욱 부추긴다. 특히 법조계는 지능이 매우 뛰어난 소시오패스들에게 좋은 성장의 기회를 준다. 그들 중 더 심한 소시오패스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최고 수장이나 국회의원이 되고 있으니 사회적 갈등이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의 싸움이 아니라 사회 지도층에 도사리고 있는 소시오패스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싸움을 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한다. 좀 더 지혜롭고 선량하며 공동체 정신이 강하고,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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