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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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9.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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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사랑의 새로운 모범 만들자

이 재 은 <논설위원, 충북대 교수>

이번에 수해로 인해 이재민이 된 주민들로부터 물이 서서온다는 말을 들었다. 어스름한 아침나절 막혔던 봇물이 터지듯이 서서오는 물을 바라보면서 주민들은 공포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대부분 60대 이상의 주민들이 산사태로 쏟아져 내려오는 흙과 바위, 빗물 사이에서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가 회관 옥상까지 흙과 바위가 덮치자 다시 마을 창고로 피신을 하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다시 창고에 물이 들어오면서 물이 차기 시작하자 70대 중후반의 할머니와 주민들이 90대가 넘은 이웃 주민을 밀고 끌고 하여 언덕 둔치의 축사로 대피를 하는 현장의 상황을 생생하게 들었다.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택지를 정할 때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는 배산임수(背山臨水)를 말한다. 집을 지을 때는 뒤에 산이나 언덕이 있고, 앞에는 강이나 개울·연못·논 등 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전통 촌락에서는 대부분 배산임수의 원칙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통 촌락 대부분은 뒤에 산이 있고, 앞에 하천이 흐르는 곳에 모여 있다. 산에서 땔감이나 산나물을 얻고, 하천을 이용해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또한 문제였다. 뒷산에서 사태가 나서 내려왔고 앞 하천은 상류에서 쏟아져 내려온 돌과 바위, 나뭇가지로 다리가 막혀 물이 마을 동네를 뒤덮는 예측 못했던 현상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들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했다.

옛날과 달리 지금은 지구 온난화 현상과 이상 기후 현상으로 말미암아 시간당 100이상의 물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발의 명분으로 구조물이 들어서고, 하천의 정비가 이루어지면서 유속이 빨라지는 것도 그 원인이 되었다. 그 덕에 기존의 논과 밭이 없어지고, 하천은 망가져 다른 곳에 만들어졌다. 주민들의 집은 벽이 뚫렸고 일부 이재민은 무너진 집을 버리고 긴급하게 마련해준 컨테이너 박스에 가재도구를 두고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평범한 시민에서 이재민으로 전락한 참담한 심정을 무엇으로 헤아릴 수 있을까.

이상의 내용은 사실이다. 지난 주말 몇몇 단체와 함께 태풍 '에위니아'와 집중호우, 장마로 인해 피해를 입은 충북 지역의 재난관리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이재민들은 그동안 정상생활을 영위하던 사람들이 천재지변에 의해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졌기에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수해 기간 직후의 일시적인 자원봉사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잠시동안 많은 사람들의 북적임 속에서 함께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지만 한 달여 지난 지금은 봉사의 손길이 끊어진 지 오래이다보니 황량함만 남아 있었다. 실의와 좌절에 빠진 주민들이 죽겠다는 말을 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는 동네 이장님의 말씀에 안타까움이 배어 있을 뿐이다. 올 가을 그리고 내년 가을에도 수해로 고통 받은 이재민 마을의 논과 밭이 꿈과 희망을 갖고 간 자원봉사자들로 넘치기를 기대해 본다. 외롭고 힘들며 지친 이재민을 위하고, 우리 지역의 공동체 복원을 위하고 우리 자신의 성숙을 위해서도 하나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지역의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재민들에게 지속적인 사랑과 봉사를 하고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확산하는 계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함께하는 삶이 아름다운 것처럼 지금 살아가는 우리들이야 말로 함께하는 삶의 새로운 모범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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