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이산가족 상봉
  • 김훈일 <청주카리타스노인요양원 원장>
  • 승인 2013.08.2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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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훈일 <청주카리타스노인요양원 원장>

삶에서 가장 소중한 인연이라면 가족이다. 그 피를 나눈 부모와 형제를 잃어버리고 산다는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산가족의 비극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서나 이산가족의 비극은 있어왔다.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도 고려시대의 공녀제도(貢女制度)와 홍건적·거란족의 침입에서도 볼 수 있으며, 임진왜란·정유재란 및 병자호란으로 이어지는 조선시대의 연이은 외침(外侵) 속에서도 가족이산의 역사를 볼 수 있다.

1983년 6월30일 밤 10시15분부터 KBS 텔레비전에서 ‘누가 이 사람을 아시나요’를 프로그램 타이틀로 잡아 ‘이산가족찾기’ 방송을 했다.

패티 김의 애절한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가운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KBS가 기획한 것으로, 애초에는 7월 1일 새벽 1시까지 3시간 정도 방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산가족을 찾는 행렬이 예상을 뛰어넘어 장사진을 이루자 KBS는 모든 정규방송을 취소한 채, 5일동안 ‘이산가족찾기’라는 단일 주제로 릴레이 생방송을 진행했다. 이 기간 동안 가족을 만나기 위해 여의도를 찾은 이산가족만 5만여명에 달했고, 총 500여 명의 이산가족이 상봉을 했다. 또 78%라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한편 전파를 타고 세계에 알려지기도 했다. 생방송 과정에서 에피소드는 물론, 안타까운 사연들도 많아 접수를 하러 왔다가 공개홀에서 가족을 찾은 이가 있었는가 하면, 3번씩이나 동명이인으로 확인되어 가족을 만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이 이산가족찾기 방송은 이후에도 계속되어 그해 11월 14일까지 총 453시간 45분 동안 방송됨으로써 단일 주제 생방송 기록을 남겼고, 총 10만 952건의 신청건수가 접수되어 1만 180여 이산가족이 상봉하였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산가족이 아닌 사람들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웠는지 모른다. 그러나 분단으로 발생된 이산가족의 아픔에 비교하면 사소한 이벤트에 불과하다.

이산가족의 비극적 역사의 정점은 한국전쟁이다. 지난 역사에서 이산가족의 발생은 대부분 외침에 의한 것이었지만 한국전쟁으로 발생한 이산가족은 이념갈등에 따른 민족내부의 다툼이 원인이 되었다. 도대체 그 이념이 얼마나 큰지 60년을 왕래를 못하는 것은 고사하고 편지한통도 보내지 못하고 생사조차 알길 없이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눈뜨고는 차마 볼 수 없는 남북한 이산가족들의 슬픈 만남이 다시 금강산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누가 이들에게 이런 뼈아픈 고통과 슬픔을 안겨주었는지 우리 민족의 비극적 역사를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차로 불과 두 시간 거리에 살면서도 분단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60년간 부모나 형제들을 그리워하다 그나마도 운이 좋아 몇 일 되지 않는 시간에 얼굴이나마 보는 것이 고작이다.

도대체 이념과 정치가 무엇이라서 이 큰 비극을 해결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민족이 됐었는지 깊은 반성을 해야 한다. 남북한의 정부와 정치인들은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남북한의 어떠한 정치적 조건도 이제 생존이 얼마 남지 않은 이산가족의 만남을 방해하는 안 된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 또한 분단의 장벽을 허물고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한반도를 만들어 후손들에게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을 물려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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