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아시다시피
엄마도 아시다시피
  •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3.08.2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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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가족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언제든 어떤 상황에서든 아무런 말없이 안아주는 따뜻한 공간의 개념으로 누구나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때론 가장 먼저 벗어던지고 싶은 굴레일 수도 있고,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가족은 궁극적으로 그리움의 대상이자 따뜻한 난로와 같다. 이런 가족관계에서 우리의 마음을 가장 흔들어 놓는 것은 단연코 ‘엄마’라는 존재이다. ‘엄마’라는 단어는 어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 모든 이야기를 통해서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도서 ‘엄마도 아시다시피’(천운영·문학과지성사·2013)’에서는 우리의 ‘엄마’ 이야기가 중심 모티브이다. 7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소설집에서 우리는 나의 엄마를 혹은 서글픈 엄마를 혹은 진저리 처지는 그런 엄마를 본다. 그럼에도, 결국은 엄마 옆에 서 있거나, 엄마 품으로 돌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또한 본다. 읽는 내내 엄마라는 단어의 정의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것처럼 엄마에 대한 마음이 다시금 복잡 미묘해진다.

5남매의 막내로 태어났지만 나는 애교스러운 딸도 아니요, 어리광 심한 막내도 아니다. 그저 덤덤하고, 감정표현에 서툰 막내딸이다. 그렇지만, 나는 쉽게 가족이야기에 감정이입한다. 특히 엄마이야기에는 어떤 스토리이건 감정이입 되어 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다. 다행인 것은 이 책은 단편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 내 감정을 조절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다시금 확인한 것은 가족과 엄마에 관한 이야기에 객관적일 수 없는 내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사람들의 삶이 사랑 없이는 건조하고 재미가 없으므로 우리 주위에 사랑이야기 넘쳐나는 것처럼, 우리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가족이야기 그중에서도 엄마이야기가 늘 회자되고 각색되고 또 다른 이야기로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미사여구가 없는 담백한 문장을 좋아한다. 소설가가 꾸며낸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하지만 간결한 문장들로 구성된 이야기는 왠지 옆집 누군가 혹은 내 친구 누군가가 담담히 풀어놓는 그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짧은 문장과 문장 사이에 느껴지는 적당한 쉼은 내 이웃의 호흡처럼 느껴져 더욱 그러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참 군더더기 없는 책이다.

‘나를 안아준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천운영 작가의 이야기에 나는 좀 더 귀를 기울인다. 그녀를 통해서 나는 나의 엄마 이야기를 듣고 생각한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내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한다. 짤막한 이야기 그리고 간결한 문장들 사이사이에 나의 이야기를 섞어 놓는다.

오랜만에 서툰 표현이지만 ‘엄마’ 에게 데이트를 신청해야겠다. 엄마의 엷은 미소가 생각나니 내 얼굴에도 슬며시 미소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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