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산책
아침산책
  • 이효순 <수필가·청주 덕성유치원장>
  • 승인 2013.07.2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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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이효순 <수필가·청주 덕성유치원장>

아침 6시가 되면 산책을 나간다. 시작한 지 벌써 일 년 가까이 됐다. 나가기 전 국민체조로 음악에 맞추어 몸을 풀고 흥덕사지 산책로로 향한다. 귀찮지만, 병원 치료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시작한다. 다녀오면 기분이 상쾌해 하루가 즐겁다. 바쁜 아침 시간을 내어 산책을 하는 것은 내게 여러 이유가 있다.

지난해 새해부터 손, 다리, 허리, 여러 곳이 아파 한의원에 가서 침도 여러 번 맞고 한약도 달여 먹었지만 차도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정형외과를 다니며 약을 많이 복용했다. 치료 중에도 허리 다리를 칼로 찌르는 것처럼 여러 곳이 소름이 돋도록 통증이 아주 심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담당의사도 통증의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걱정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등이 퉁퉁 부어 움직임이 불편했고, 체중은 증가하여 더 힘이 들었다. 거울 안에 있는 얼굴은 내 모습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이제 육십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데 벌써부터 아파 힘이 들면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펼쳐질지 걱정이 앞섰다. 그러면서 방법을 바꾸었다. 병원약도 먹지 않고 아침 산책을 시작했다. 자연 치유를 택한 셈이다.

아침 산책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과체중에 운동이 부족해 여러 방법을 동원해 보았다.

지난해 3월 출근할 때 운천교를 지나 율량천 입구에서 남편이 내려주면 걸어서 근무처까지 가는 것이었다. 그것도 몇 달 해 보니 여러 가지 불편함이 많았다.

봄이 지나 여름이오니 햇살이 얼굴을 비춰 눈이 부셨고, 장마철에는 많은 물로 걸을 수 없어 건너뛰는 경우가 거듭되었다. 또한 저녁 식사 후 체육관 걷기는 직장인으로 빠지는 날이 많기 때문에 그것도 접고 말았다. 하는 수없이 맨 나중 선택한 것이 아침 산책이었다. 특별한 날을 제외하곤 계속 할 수 있기에 그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아침 산책은 4시 30분에 일어나 말씀과 기도가 끝난 후 집을 나선다. 아침 식사 준비를 어느 정도 해놓고, 계절에 따라 시간을 조절했다.

이른 봄 흥덕사지 둘레 길을 걸을 땐 하늘에 새벽별도 보이고 어느 땐 달빛도 은은히 운치를 더했다. 잠이 없는 노인들이 일찍 일어나 걷기에 나도 그 중의 한무리가되어 참여하였다. 자연 속을 걷는 것이라 마음도 상쾌하고 몸도 그리 피곤하지 않았다.

비 오는 날은 우산을 들고 겨울엔 눈이 발목까지 쌓여 눈길을 미끄러지며 걸었다. 출장 가는 날을 제외하고 산책을 한 셈이다.

어느 일이든 한번 시작하면 마무리를 하는 것이 몸에 배어 힘은 들지만, 꾸준히 실천했다. 다행인지 아침산책 걷기를 하며 몸의 여러 증상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곳은 숲이 어우러진 자연이라 계절의 변모와 하늘의 변화를 볼 수 있어 마음이 상쾌하다.

가끔 철 따라 피는 들꽃을 감상하며 마음의 여유도 가져본다. 지난 건강검진 때 과체중과 콜리에스테롤 수치가 높아 관리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오늘도 가벼운 마음으로 내 발길은 아침 산책로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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