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세계사
식탁 위의 세계사
  • 이헌경 <음성대소초 사서교사>
  • 승인 2013.07.0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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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이헌경 <음성대소초 사서교사>

경험상으로는 그랬다. 서가에 배열 된 책 등의 제목이나 책표지를 보고 책을 선택하는 아이들이 대다수이다. 물론 누군가에게 들었거나 추천받은 책을 찾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책을 즐겨 읽는다 싶은 아이들을 보면 작가를 보고 책을 고르기도 한다. 많이 읽다보니 불편한 곳을 시원히 긁어주고, 내 마음을 동하게 하는 작가가 생긴 것이다. 즉 믿을 만한 작가가 생긴 것이다. 이 작가의 책이라면 읽을까 말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 나에게도 물론 그런 작가들이 있다. 지난달에 만난 설흔이 그렇고 ‘갑신년의 세 친구’의 안소영이 그렇고 ‘스프링 벅’의 배유안이 그렇다. 그리고 또 한명, 바로 오늘 만난 이영숙 작가이다.

도서 ‘식탁 위의 세계사’(이영숙 저·창비·2012)는 외국어 고등학교와 국제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친 이영숙의 첫 책이다. 역사에 대해 우리 아이들이 느끼는 어려움과 벽을 선생님이었기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교과서처럼 시간(시대) 순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접하는 식재료를 중심으로 세계사 속의 사건과 인물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조금 더 쉽고 흥미롭게 말이다.

아일랜드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감자 이야기, 하얀 결정체의 아름다움에 간디의 정신이 엿볼 수 있는 소금 이야기,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의 양면성을 일깨워주는 후추 이야기, 중국 대륙을 통일 시킨 마오쩌둥의 돼지고기 이야기,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버린 아름다운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눈물의 빵 이야기, 서민들의 배고픔을 채워주고 싶은 희망의 닭고기 이야기, 소련과 미국의 끝나지 않는 대립이 알알이 맺힌 옥수수 이야기, 달콤하지만 알고 나면 절대 달콤할 수 없는 바나나 이야기, 자유무역협정(FTA)의 득과 실을 고민해보게 하는 포도 이야기, 화려하고 붉은 양귀비꽃에서 시작 된 아편 전쟁의 안타까움이 담긴 차 이야기까지 총 10가지의 식재료에 담긴 이야기를 읽다보면 지구를 한 바퀴 돌고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건너 뛴 느낌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고 매일 접하게 되는 식재료에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다양한 인물들과 사건들이 담겨져 있는 만큼 ‘곰브리치 세계사’등을 통해 세계사를 한 번 훑어 본 독자들이라면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에 빠져들 것 같다. 더욱 능동적인 독자라면 관심 있는 특정 사건과 관련 된 책 혹은 인물에 관한 책을 한 번 더 찾아 읽어본다면 앞으로 음식을 먹을 때 마다 이야기가 떠오를 것 같다. 어쩌면 식사 도중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참고 문헌이다. 이야기를 들려주며 필요에 따라 인용한 자료를 면 아래에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책 뒷부분에 참고 문헌을 다시 한 번 정리해 줌으로써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궁금한 책은 직접 찾아볼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 해 줄 뿐만 아니라 근거자료를 제시함으로써 이야기의 사실성을 높이고 있다. 역사책인 만큼 더욱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출판 된 책인 만큼 저자와 출판사의 이런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참고 문헌이 있기에 청소년들의 탐구 학습과 정보 문제 해결 과정에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자료 인 것이다. 나 역시 참고 문헌 중에서 다음에 읽을 책을 몇 권 찜해 두었다. 선생님에서 작가로 첫 단추를 이렇게 잘 꿰었으니 앞으로 그녀의 또 다른 작품이 기대된다.

바람 부는 카페 창가에 앉아 따뜻한 라떼 한 잔과 함께 만난 오늘의 책, 책장을 덮고 나니 못다 마신 차는 이미 식어 버렸지만 유쾌하고 유익한 티타임이었다. 이제 시원한 비가 한 줄기 내려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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