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에서
연수원에서
  • 이효순 <수필가·청주 덕성유치원장>
  • 승인 2013.06.30 2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이효순 <수필가·청주 덕성유치원장>

분주한 직장의 일상을 떠나 2박3일의 연수에 참여했다. 한 지역에 근무하는 동료들이 함께하는 연수라 마치 여행을 가는 것처럼 마음이 가벼웠다. 서로 살아가는 삶으로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며 찾아간 곳은 아주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었다.

말없는 숲과 산을 바라보자 마음부터 푸근해졌다. 마음이 설렌다. 그 높은 산 아래 자리 잡은 연수원은 급경사에 가깝게 건물들이 위로 올라가며 강의실, 식당, 숙소가 차례로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겨울 눈 내린 날이면 비닐포대 한 장 깔고 앉아 썰매를 타기 딱 좋게 승용차 길은 비탈진 모습으로 산자락 아래 가깝게 나 있었다. 이름 모를 산새 소리가 숲에서 들리고 가까운 나무꼭대기에서도 청아한 소리로 우리를 반겼다. 망설이던 연수였는데 와서 보니 전경부터 마음에 들었다. 온통 푸른 숲 속에 내가 서 있는 느낌이었다.

시장기가 들 즈음 땀을 식히고 연수원에서 제공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연수 내용은 모두 현장에 꼭 필요한 것들이어서 집중해 들었다. 강의가 끝날 때 마다 힘찬 박수 소리가 그 결과를 알려 주었다. 연수생이 거의 50대 후반을 넘어 피곤했을 텐데 모두 열심이었다.

저녁을 먹고 연수원 산책로에 접어드니 맑은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하루의 피로를 풀어준다.

눈 안에 들어오는 갖가지 들풀들. 걸을 때마다 지저귀는 산새소리에 함께한 동료들은 연신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 피었다. 흐르는 땀에 도시의 고단함이 모두 깨끗이 흘러내리는 듯했다. 여자 연수생들은 식사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고 모처럼 호강하는 것 같아 편안했다. 집에 남은 식구들은 주부가 출장 중이니 다소 불편하겠지만. 나뿐만이 아니라 참여한 모든 분들이 같은 마음이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니 낮에 울던 뻐꾸기가 또 울기 시작한다. 그 소리와 함께 들리는 소쩍새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올해 들어 처음 듣는 소쩍새 소리에 마음이 끌리었다. 그 소리를 들으니 지금은 아파트 속에 모두 사리진 정겨운 고향이 마음에 자리 잡는다. 몇 해 전부터 우리 집 근처 야산에서 울던 소쩍새는 봄이 깊어져도 그 애잔한 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다. 도시의 공해로 인해 멀리 날아갔는지 아쉬워하던 참이었다. 서글프게 들리지만 봄이면 습관처럼 듣고 싶은 소리였는데 출장 와서 듣게 되니 마음의 갈증이 풀린다.

밤하늘에 떠있는 보름이 막 지난달을 숙소의 넓은 창에서 바라본다. 나그네가 객지에서 보는 달은 또 느낌이 달랐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잡다한 생각들이 잠자는 호수처럼 잔잔해진다. 달을 바라볼 때마다 그려보는 고향은 늘 변함이 없다. 부모님 모두 떠나시고 일가친척 다 흩어진 고향을 이 산골 연수원에서 생각을 하다니 꿈만 같다. 이제 8월말이면 마무리하는 교단생활도 그려본다. 생각하면 감사한 것뿐이다. 어디선지 흐르는 물소리가 보이지 않지만 깊어지는 산골의 여름밤에 시원함을 더해준다. 빗소리처럼 들린다.

업무를 뒤로하고 멀리 떠나 자연 속에서 길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지친 마음을 충전하는 것도 직장인들에겐 가끔씩 필요한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 만나 서로 소통하며 정보도 교환하고 그들의 삶을 보며 나의 생활도 반성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일터나 가정에서 소통과 배려, 섬김의 삶으로 생활할 때 갈등은 사라지고 오고 싶은 직장, 따스한 가정이 되리라 믿는다.

이번 연수를 위해 청에서 격려차 오신 배려도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았다. 2박3일의 짧은 연수에 아쉬움이 많지만 유익한 시간이었기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