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너의 존재감
열여덟, 너의 존재감
  •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3.06.2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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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6학년 여자아이란 참 미묘한 존재다. 그래서인지 6학년 여자아이들은 대하는 거 자체가 조심스럽고 힘들다. 사춘기 여자 아이들이란 같은 여자인 나에게도 별개의 생물이다. 장난스런 말 한마디에 까르르 웃다가도, 기분이 상하고 언짢으면 눈물이 뚝뚝. 시한폭탄이 따로 없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 ‘나도 저랬나’ 싶고 ‘내가 저랬나?’ 싶다.

그런 6학년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 돌려읽기가 되는 이 책.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아니지만 재미없는 책은 쳐다도 안 보는 우리 학교 6학년 여자 어린이들이 읽고 있는 책. 사춘기 여자애를 키우고 있는 부모가 있는 집은 무조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건 도서‘열여덟, 너의 존재감’(박수현 저·르네상스·2011)이다.

이 책은 세 소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순정. 전생에 나라를 구하지 않고서야 그런 스펙을 안고 태어날 수는 없다는 미모의 소녀. 하지만 태어나기도 전에 아빠에게 버림받고 엄마는 할머니에게 순정이를 맡기고 10년을 따로 산다. 순정이의 단짝, 할머니와 평안하게 살던 중 엄마가 순정이와 함께 살자는 말에 엄마와 살게 됐지만, 엄마는 순정이에게 관심이 없고 떠나간 순정의 아빠를 원망하며 사는 30대의 철없는 엄마 때문에 마음이 아픈 아이다.

그림자. 자기는 들러리이며 그림자인 어디나 있는 존재감 없는 소녀다. 차례에도 다른 친구들은 이름이 나오는 것과 달리 그림자로 나오지만,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존재감을 갖는 이 그림자 소녀의 이름이 뭔지 추리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는 소녀다. 권위적 아버지와 무감각한 어머니. 공부 잘하는 언니에 치여 집안에서도 학교에서도 존재감 없는 아이다.

강이지. 활달한 소녀다. 잘 웃고 잘 떠들고 밝고 활달한 소녀. 하지만 부모님의 생활고로 인한 싸움이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며 부모님이 이혼하시면 어쩌지? 하며 불안해하며 그 불안을 감추기 위해 더 밝게 행동하는 쉬운 아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인 쿨쌤. 서른 초중반, 키는 크고 몸매는 통통. 귀염성 있는 얼굴. 2학년 3반 담임선생님이지만 3월 발령이라 아직 발령장 안 받았으니 2월 마지막 주의 자습은 너희들이 알아서 하되 책임도 알아서 지라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사라져 아이들에게 쿨쌤이라는 존재감을 남긴 쌤. 너희들이 알아서 할 것은 알아서 하되 자리와 사물함 배치 등에 대해 공존과 배려를 이야기하는 쌤.

네 주인공과 함께 나락 고등학교. 원래는 아름다울 나(娜)에, 즐거울 락(樂)을 써 아름답고 즐거운 학교지만,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오는 학교에서 시작된다. 신학기에 학교 유리가 박살이 나는 사건이 벌어지고, 중학교 때의 전적 때문에 강이지와 이순정이 용의자에 오른다. 흉흉한 분위가 떠도는 가운데 쿨쌤은 아이들에게 마음 일기장을 나눠주고 마음에 대해 더 공부하길 원하는 아이들을 모아 모임을 갖게 된다. 다음은 책으로 읽어 보시길.

우리는 참 많은 생각과 많은 감정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어른이 되면서 점차 마음도 몸도 자라는 거 같다. 하지만 마음은 자라지 못한 채 몸만 자라버린 아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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