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타는 여자
오토바이 타는 여자
  • 이창옥 <수필가>
  • 승인 2013.06.2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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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창옥 <수필가>

우리가게 앞에는 두 대의 오토바이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배달을 위해 항시 대기 중인 것이다.

그중 노란색 오토바이는 내가 배달을 다닐 때 타는 것이다. 오토바이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십여 년 전 처음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다녀온 기억이 새롭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와는 달리 두려운 마음으로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 중이었다. 그

런데 도로에서 작업을 하던 남자들이 “헤이 아가씨 물 좀 한 병 갔다 줘”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가게로 돌아와 남편에게 말을 하니 다방 아가씨인줄 알았나보네 하였다. 그 당시만 해도 여자가 오토바이 타고 통닭배달을 하는 일은 흔하지 않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해도 그들의 편견에 씁쓸했다.

그 이후로도 남편이 부재중일 때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다녀야 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고객들이 바라보는 시선들도 물 좀 갔다 달라고 소리치던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굳이 달랐다면 나를 다방 아가씨가 아닌 통닭집 아줌마로 본다는 것이다.

어떤 고객은 당연이 남자가 올 줄 알았는지 신기한 듯 아줌마가 오토바이 타고 배달도 하냐고 묻는다. 또 어떤 이는 안됐다는 듯 혀를 차기도 했다. 그들은 이미 배달은 남자만 할 수 있는 일로 정해놓은 듯했다.

여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면 이상한 걸까. 과연 동정을 받아야만 하는 일인지 곤혹스럽기까지 했다. 그럴수록 당당해지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가끔 황당한 일을 겪을 때면 의기소침해지고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오토바이로 배달 갈 때면 일부러 어깨에 힘을 주기도 하고 밝은 표정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다녔다. 처음에는 아줌마가 오토바이 타고 통닭 배달을 한다면서 신기해하던 고객들도 점점 아주머니가 오셨네 하며 반겨 주었다.

프랑스의 작가 ‘시몬느 드 보봐르’는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지 않는다. 여자로 길들여질 뿐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남자도 남자로 태어난 게 아니고 남자로 길들여진 것이 분명할 터이다.

오랜 세월 관습에 의해 만들어진 여자와 남자라는 굴레 때문에 세상살이가 그리 녹록지 않다는 걸 많은 이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남자라는 이유로 해야 될 것과 하지 말아야 될 것이 구분되어진다면 세상 살아가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내가 처음에 오토바이로 통닭배달을 할 때에는 이상하고 불쌍하게 여기던 이들이 이제는 오토바이 타는 모습이 멋지다고 말을 해준다.

그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깨달았을 것이다. 여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일이 결코 이상스럽다거나 동정할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요즘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여자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혹시라도 그녀들이 예전의 나처럼 주변의 시선에 주눅들어 할까 걱정을 한다면 이 역시 나의 편견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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