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 하은아 <옥천도서관 사서>
  • 승인 2013.06.2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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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옥천도서관 사서>

인문학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유행이 흘러가듯 “아~ 그때 인문학의 광풍이 불었었지!”라고 추억할 날이 바로 올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인문학은 인기다. 다양한 계층을 위한 인문학 강의가 많아지고, 인터넷 방송인 팟캐스트에서도 인문학과 고전 읽기는 많은 청취자들을 거느리며 호평을 얻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책 소식에도 늘 인문학 관련 책들이 한 두권은 볼 수 있다. 우리는 어쩌면 인문학 홍수 시대를 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린 인문학의 정확한 뜻을 아는 걸까? 도서관에서는 도서관에 들어오는 책은 모두 크게 열 가지 주제 아래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인문학은 어디에 분류되는 걸까? 전주제를 아우르는 총류에 분류하는데, 이것은 인문학이 특정 분야의 주제에 속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모든 주제를 포함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인문학에서는 철학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종교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문학을 이야기 하며, 과학과 역사를 논하기도 한다. 인문학은 이렇듯 너무 방대해 어렵기도 하고, 어쩌면 너무 친숙해서 간과하기 쉬운 주제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인문학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영역’이다. 어렵다. 사전의 정의는 늘 어렵지만, 인문학의 정의는 심오하고 어렵다. 실체를 알기가 힘들다. 이렇듯 인문학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으며 친해지고 싶지만 다가가기는 참 어려운 친구 같은 존재다. 어렵고 머리가 아플 것 같은 이유 때문에 말이다. 이렇게 어렵기만 한 인문학을 강신주는 저서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강신주 저·시대의 창·2013)을 통해 아주 가볍게 인문학은 나답게 살게 해주는 것이며, 내 자신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인문학은 도구가 될 것이다. 내 삶의 주인을 나로 만드는 프로젝트에서 인문정신은 필수요건인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것은 철학을 통해서든 시를 읽든 그 누구의 말이 아닌 나만의 언어로 재탄생시켜야 하며, 자기 검열과 같은 억압을 뛰어넘어 나를 그리고 너를 나아가 세상을 바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철학적 사유와도 같은 이야기들이 너무 강신주답게, 대중 철학자답게 쓰여 있다. 600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이 책은 그럼에도 술술 넘어간다. 그러면서 내 자신을 책망하기도 한다. 나는 늘 다수의 의견이라는 그늘아래에 내 자신을 숨기고 살고 있으며, 내 모습이 어떤 색깔인지도 모르고 알려하지도 않으며 나를 대신해 이야기해 줄, 나의 롤 모델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던진 “당신은 주인으로서의 삶을 감당할 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이제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힘을 갖기 위해 시를 읽고, 고전을 읽으며 사유를 하고 타인과 대화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인문 정신을 키워나간다고 말이다.

늘 가까이 하고 싶은 인문학을 우리에게 친절하고 친숙하게 그러나 거침없는 입담으로 이야기해주는 이 책으로 조금은 나도 용기를 가져본다. 그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로 이야기할 그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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