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을 빗나간 화살들
표적을 빗나간 화살들
  • 정선옥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3.06.1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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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정선옥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김영하씨는 서점에서 두 명의 고등학생이 ‘위대한 개츠비’책을 집어 들고는 “졸라 재미없다”고 표현한 비난에 대한 반감으로 저자를 변론하기 위해 번역을 시작했다고 한다. 팟 캐스트에서 김영하의 책 읽어주는 시간을 통해 가끔 접했던 그의 번역은 이해를 쉽게 한다.

소설‘위대한 개츠비’(F. 스콧 피츠제럴드 저· 김영하 역·문학동네)는 능란하게 짜여진 플롯에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대결하는 흥미진진한 로맨스다. 문체는 절제돼 있지만 유머도 잃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고전 읽기의 어려움 중 하나인 다양한 등장인물, 얽혀있는 실타래 같은 난해함이 전혀 없으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고전문학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에서 ‘개츠비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만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겠지’ 라고도 했다. 얼마 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개봉 하자마자 극장에서 보았는데, 원작의 흐름을 따른 영화에 대한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책으로 먼저 읽고 영화로 보니 화려한 파티 장면, 리드미컬한 찰스턴 댄스, 웅장한 저택은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황금 모자를 써라, 그것으로 그녀를 움직일 수 있다면. 그녀를 위해 높이 뛰어라. 그럴 수만 있다면. 그녀가 이렇게 외칠 때까지. 오, 내 사랑, 황금 모자를 쓴, 높이 뛰어오르는 내 사랑이여, 내가 당신을 차지하리라.’ 책의 서문에 적혀 있는 이 글은 1920년대 미국의 경제적 번영과 물질 만능주의가 잘 표현되어 있으며 이 책 전체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화자인 닉 캐러웨이는 데이지의 친척 오빠로 개츠비의 옆집에 살면서 그들의 삶에 관여하게 된다. 평생을 데이지만 사랑한 개츠비는 가난과 신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진 후 5년 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 굉장한 부자가 된다. 개츠비는 데이지 집의 초록색 불빛이 바라보이는 반대편에 살면서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매일 밤 화려한 파티를 열고, 데이지도 개츠비의 집에 초대되어 오지만 정작 그녀의 관심을 끄는 건 개츠비의 영국제 셔츠들이다. 셔츠 더미를 보고 감동으로 흐느끼는 데이지를 바라보면서 개츠비도 자신의 사랑은 허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나 그 사랑을 끝까지 이어가고 결국 데이지를 대신해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다. 밤마다 파티를 열어 늘 사람들로 붐볐던 파티장과는 달리 친구 닉과, 아버지, 우체부 등 소수의 사람들만 장례식에 참여한다. 데이지는 자신의 죄를 대신한 개츠비의 죽음을 알면서도 도망치듯 남편과 여행을 떠난다.

‘표적을 빗나간 화살들이 끝내 명중한 자리들’ 이라는 김영하의 한줄 요약은 개츠비와 데이지의 어긋난 사랑의 결말을 이야기 하고 있다. 평생 한 여자의 사랑에 목숨을 걸었던 개츠비를 순수하다고 해야 할까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결혼한 여자가 자신에게 돌아오리라 믿는 개츠비의 무모함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데이지를 두고 바람을 핀 톰의 도덕성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이 책에는 개츠비의 삶을 통해 1차 세계대전의 대 참사가 끝난 후 혼란스러운 미국의 시대상도 함께 투영하고 있다.

사람을 잘 이해하고 서로 소통하며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인문학을 쉽게 접하는 방법은 세계 고전 문학 읽기라고 한다. ‘위대한 개츠비’는 개츠비와 데이지가 추구하는 불안한 삶의 목표, 서로 다른 사랑, 소통의 방식, 자기 방식대로 재해석하는 무한한 긍정을 통해 삶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개츠비가 데이지를 사이에 두고 데이지의 남편인 톰 뷰캐넌과 격돌하던 뉴욕 5번가 플라자 호텔은 지금도 건재하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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