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돌려 주세요
청춘을 돌려 주세요
  • 주철희 <청주 제자교회 목사>
  • 승인 2013.06.1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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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주철희 <청주 제자교회 목사>

얼마 전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 역사 사회학 강의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교수가 강의 도중 구한말 시대를 풍미하던 인물 이광수, 유길준, 윤치호 등의 시대정신과 민족자강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감정이 복받쳐 최고의 수재들이라는 학생들에게 물었답니다. “너의 가슴을 끓게 하는 화두가 뭐냐?” 한참 고민하던 학생이 하는 대답은 취직이었다고 합니다. 준재를 모아 놓은 대학에서 장년의 교수가 시대의 사명을 이야기 하는데 취직걱정이라 자괴감과 책임감이 휘몰아치면서 10분 정도 수업을 멈추었다고 합니다.

갈수록 어려워만 가는 경제 현실에 바늘구멍처럼 비좁아진 취업문으로 인해 20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이라는 말이 회자되었다지요. 그런데 요즘은 이태백을 지나 삼포세대라는 말이 등장하였다고 합니다.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일컬어 삼포세대라고 한답니다. 현재 많은 대한민국의 20~30대의 젊은이들은 치솟는 물가 , 등록금, 취업난, 집 값 등 경제적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스스로를 돌볼 여유도 없다는 이유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을 기약없이 미루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70~80년대에도 시대적 상황은 어두웠습니다. 군사독재의 암울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청년들은 청년만이 가질 수 있는 기백과 용기가 있었습니다. 청년의 낭만이 있었고 꿈과 비전을 바라보며 전인미답의 새로운 것에 용감히 도전하는 모험심도 있었습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고민을 안고 고뇌의 시간들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문학에 심취해 보기도 하고 음악의 아름다움에 매혹되기도 하였습니다. 모순되고 부조리한 현실을 바르게 알기 위해 밤 깊어 가는 것도 잊은 채 독서하며 토론하며 열변을 토하기도 하였습니다. 독재 권력에 항거하여 분연히 일어나 민주화를 외치며 조국의 민주화를 위하여 부르짖고 기도하는 열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젊은이들을 보면 안쓰러운 생각이 듭니다. 현실 문제에 얽매여 청년의 낭만도 기상도 열정도 잃어버린 채 취직에만 목매는 것이 아닌지요?

물론 30~40년 전과 지금 우리의 경제적 현실이 너무 달라졌기에 젊은이들은 그만큼 절박하기에 그럴 것입니다. 오죽하면 연애를 포기하고 결혼도 포기할까요? 당장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이 되지 않으면 그 다음 꾸려 나가야 할 삶의 여정은 한 발자국도 더 내디딜 수 없기에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인생의 청년기는 난제와 같은 일도 두려움 없이 기꺼이 도전해 보며 다양한 것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기입니다. 청년 시절에만 할 수 있고 부딪혀 볼 수 있는 것을 경험하지 못한 채 눈앞의 취직만을 위하여 취업준비에 몰두한다면 나중에 그들이 살아가는 인생은 얼마나 삭막해 질까요?

사람은 과거의 추억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라고 하지요. 몇날 며칠 밤을 잠 못 이루며 가슴앓이하게 하는 연애의 아련한 아픔도 한 번 경험하는 것이 아름답지 않습니까 밤 깊은 줄 모르며 문학에 심취하고 아름다운 시를 읽으며 나만의 시상에 잠겨 한 편의 시를 써보는 것은 또 얼마나 운치 있는 일일까요?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청년기에 척박한 현실의 포로가 되어 취직이 전부인 양 살아가는 것이 너무 안쓰러워 보입니다. 젊은 시절 다 보낸 후 ‘내 청춘을 돌려 주세요’나중에 후회 하지 마세요.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청년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취직’에 저당 잡히지 마세요. 조금 늦어질 수는 있겠지만 젊음의 특권을 누릴 줄 아는 용기를 가진 자에게는 반드시 취업의 문도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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