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인 1책 강사
나는 1인 1책 강사
  • 반숭례 <수필가>
  • 승인 2013.06.04 1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반숭례 <수필가>

나는 누구인가!

나 반숭례는 누구인가를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한다.

극히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웃집아줌마, 누구의 할머니인 나는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것, 딱 하나가 있다. 그것은 수필을 쓰는 수필가이며 1인 1책 펴내기 강사라는 것이다.

상당도서관 1인 1책 펴내기 첫 수업이 있는 봄날이었다.

첫 수업이라 일찍 가서 평생학습실에 앉아있었다. 문이 빠꼼히 열리는 듯싶더니 닫히기를 두 번 반복되었다. 회원들 같았으면 문을 확 열고 들어오는데 열릴 듯 말듯 한 문이 조금 열리더니 낯선 얼굴이 보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다가가며 ‘어서 오세요’ 반갑게 맞이하였다.

‘저~어 1인 1책 공부하는 곳인가요?’

‘네’

쭈빗거리며 강의실 안을 둘러보더니 ‘저~어 누굴 만나러 왔는데... 반 숭 례 선생님은…’ 하며 말끝을 흐린다.

나는 그분에게 의자에 앉으시라고 권하고 마주 앉았다. 선뜩 내가 본인이라고 말하기가 쑥스럽고 멋 적어서 커피 잔에 물을 따르며 ‘제가 반숭례입니다’ 하였다.

의자에서 발딱 일어서며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과 동시에 그분과 나는 서로 손을 마주 잡았다. 그리고 한참을 웃기만 했다.

내가 문학의 길에 처음 발을 들여놓던 96년부터 신문에 실리는 내 글을 읽고 또는 일 년에 한번 씩 발간되는 충북수필문학지에서 나를 만나고 있는 애독자라고 소개했다. 내가 쓴 수필을 좋아한다는 나만의 독자는 언젠가 나를 꼭 만나고 싶었단다. 그 분은 글쓰기와는 무관한 사람이라 하면서 책읽기는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독서광이라고 하였다.

지난해 늦가을에 고인쇄박물관에서 1인 1책 펴내기 출판기념회를 하는 식장에서 내가 1인 1책 펴내기 강사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단다. 출판기념회식장에서 받은 ‘직지 1인 1책으로’ 라는 책속에서 내가 쓴 ‘소중한 만남’ 도 읽어보았고, 상당 도서관강사여서 일부러 나를 만나기 위해 도서관에 전화를 걸어 수업시간을 알아놓고 용기 내어 나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말할 수 없이 반갑고 고마웠다. 남들이 알아주는 만큼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아닌 나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신 그분이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눈물까지 핑 돌았다.

상당도서관이 개관한지 3년이 되었다. 개관하면서 1인 1책 펴내기 강사의 첫발을 내디뎠다.

아직 나는 글쓰기에서나 누굴 가르친다는 것은 부족하기만한 사람이지만 3년차 강사로서 각오는 누구 못지않은 사명감을 갖고 있다.

그동안 상당도서관 회원들은 각종 백일장에 참석하여 장원과 차상을 받는 영광도 있었다. 회원은 초등학생부터 86세의 아버지 같은 할아버지까지인데, 모두 글쓰기라면 어느 곳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실력들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복이 많은 여자이며 그들 때문에 내 자존감으로 가슴 뿌듯한 강사가 되었다.

많지 않은 날이 오래인 것 같고 오래인 날이 순간인 것 같아 나를 눈물이게 하는 사람

소식 없이 만나지 않아도 순한 목숨으로 언제나 동행인 사람

많은 날 많은 생각으로 괴로워도 고난에 약해지지 않고 다시 아침으로 일어서게 하는 사람

김초혜시인의 ‘동행’ 이라는 시다.

상당도서관 회원들 한 사람 한사람은 내 인생의 멘토들이며 나와 함께 손을 잡고 동행하는 사람들이다. 신문지상, 문학지에 소개되는 내 글을 읽고 독자가 되어 찾아온 사람이나, 상당도서관 1인 1책 펴내기 회원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나는 누구인가!

새벽 종치는 열정으로 마음을 다하는 상당도서관 1인 1책 펴내기 강사 반숭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