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의 사회에서 결핍의 아이들
결핍의 사회에서 결핍의 아이들
  • 김민영 <교사·생태교육연구소 터 회원>
  • 승인 2013.04.3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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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민영 <교사·생태교육연구소 터 회원>

아침에 일어나서 밥먹고 학교가기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놀기, 수업시간엔 이미학원에서 배운거 복습하기 점심이 되면 밥먹기 밥이 많으면 남기기 남은 밥은 급식통에 버리기 점심먹고 수업시작하기 쉬는시간 기다리기 잠깐 쉬고 다시 수업하기 수업끝나면 학원으로, 우리 아이들의 생활모습이다. 대개의 아이들이 밥이 없어서 못 먹거나 옷이 떨어지거나 해져서 못입는 경우는 없다. 책이 없거나 공책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지도 않고 학용품은 널렸고 옷도 널렸고 책도 널렸다. 장난감도 무엇하나 부족한 것 없는 우리 아이들인데 왜 아이들은 ADHD나 우울증 등으로 아파하고 있을까?

물질의 풍요는 아이들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그건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마찬가지일 것 같다. 어른들도 아프고 아이들도 아프다.  

어른들은 돈벌어 와서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쁘다. 그래서 아이 키우기도 힘들다.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돈을 벌어 저녁에 만나기 전까지 학원을 보내주는 것이다. 저녁에 들어오면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기 어렵고 그저 아이가 학원은 잘 다녀왔는지, 과제는 했는지, 공부는 했는지 점검을 한다. 학원을 보내주고 공부를 점검하는 것, 다른 아이보다 뒤쳐지지 않게 하는 것이 부모노릇이라고 여긴다.  

우리 아이들은 공부공부 이야기만 듣지 아이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화할 사람도 관심갖는 사람도 없다. 그저 아이들을 채워주는 건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접속하는 친구들과의 문자나 채팅이다.  

어른들은 자연속에서 자라났지만 우리 아이들은 자연과는 멀리 있다. 아스팔트 도로와 콘크리트 빌딩들, 아이들에서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도 여유도 부족하다. 자연이 아니라도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 자체도 거의 없다.  

농경사회로 공동체가 깨지기 전에 한동네에서 자라는 아이를 모든 어른들이 책임지고 잘못되면 혼도 내고 관심도 가졌지만 한동네라는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만날 수 있는 어른이라고는 학교 선생과 학원선생, 학습지 선생정도 뿐? 읽는 책이나 접하는 책이라고는 참고서와 교과 관련 도서들,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가는 것 말고 자신의 삶이나 철학과 같은 것에 대해 고민할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다. 늘 함께 하는 건 핸드폰과 컴퓨터로 그들을 채워가지만 늘 부족한 결핍의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채워줄 것인가?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서 우리사회를 잘 이끌어주었으면 하는데 이 결핍의 아이들을 어떻게 채워서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인가? 라는 고민이 든다. 

어른들은 이제 아이들에게 학원을 많이 보내주고 학습을 많이 시키는 것만이 우리 아이들을 위한다는 생각을 접어야 할 것 같다. (먼저 나부터) 공부 좀 못하면 어떤가? 좀 느리면 어떤가? 그러한 것이 부모의 체면을 깎아 내리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이들 각자의 인생이 있고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좋아하는 것이 각기 있다. 자신의 인생이 자신의 것임을 알게 하는 것, 관계나 도전 과제에 어려움이 생길 때 다시 극복하고자하는 힘을 갖게 하는 것, 그들 판단을 스스로 존중하며 그들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아이들을 채워주는데 어른들의 역할이 아닐까라는 생각한다. 

그리고 나를 그러한 어른으로 만들어주셨던 우리 부모님,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나의 선택을 존중해주셨던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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