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거인과 다른 거인
마지막 거인과 다른 거인
  •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3.04.2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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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어제까지만 해도 김미혜 작가의 아름다운 동시그림책 ‘꽃 마중’을 꺼내 놓고 봄에 딱 어울리는 책을 찾았다고 뿌듯해했었다. 아름다운 그 그림책을 펴놓고 그 책과 딱 어울리는 노래,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들으며 책을 다시 읽어야지 하며 컴퓨터를 켰다. 벚꽃엔딩을 듣기 위해 켠 인터넷 포털 인기검색어 1위가 만화 ‘진격의 거인’ 이길래 신기한 마음에 클릭 버튼을 누른 것이 실수였다. 주말 동안 진격의 거인을 보며 그 어둡고 암울한 거인 이야기에 푹 빠져 지냈고,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나니 꽃 마중 대신에 거인에 빠져서 거인 이야기가 나오는 이야기를 다시 모아 읽고 있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아는 거인 이야기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프랑수아 플라스의 ‘마지막 거인’을 소개하고 싶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아치볼드가 부두를 산책하던 어느 날, 우연히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진 이빨 하나를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 이빨에 대해 궁금함을 가지고 연구하던 중 이빨에 새겨진 지도를 보게 되고 지도에 그려진 거인족의 나라에 대해 알게 된다. 그 거인족의 나라를 찾아 여행을 떠난 아치볼드는 여러 사건을 겪으며 거인의 발자국을 찾아내게 된다. 그 발자국을 따라 결국 거인을 만나게 되고 거인들은 아치볼드와 함께 지내게 된다. 거인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고 아름답고 다정한 존재이다. 그들과 세월을 지내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진 아치볼드는 귀환을 결심하고 고생하며 집으로 돌아와 거인을 알리는 글을 쓰게 되는데…. 다음은 책으로 읽어봐 주시길.

잭과 콩 나무나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고 이 글을 두들기게 된 원인인 진격의 거인 등 수많은 거인이 나오는 이야기를 생각해봤다. 거의 모든 작품이 거인을 부정적인 존재로 그리고 있다. 아마도 우리랑 다른 거대한 존재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그랬지 않나 싶다. 걸리버 이야기에서도 소인국의 왕이 걸리버의 손에 잡혀서 덜덜덜 떨던 장면이라던가, 잭과 콩나무에서도 잭이 거인을 무서워하는 장면을 보면 쓰여진 나라와 시기는 달라도 사람 생각은 다 비슷하지 않나 싶다.

그러나 이 마지막 거인에서의 거인은 다른 작품과는 다르다. 이 작품에서의 거인들은 자연과 순응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거인 같은 거인이 만약 현실에 존재한다면 나는 꽤 흥미있어 할 것 같다. 거인과 사진을 찍을지도 모르겠다. 키가 크거나 예쁜 친구를 자랑하듯 나도 나의 거인 친구를 널리 널리 자랑할 것 같다. 우리가 마치 무심천의 아름다운 벚꽃을 가만히 감상하는 게 아니라 가지를 꺾어서 머리에 장식하고 꾸미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가 이 이야기를 쓴 이유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지 못하고 자연을 파괴하며 살육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인간의 이기심을 비판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주변의 상황이 의도하지 않았는데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간 몇몇 내 경험을 생각했고, 어떤 일이든 한 번 더 생각하고 조심하는 신중함을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행동이 꼭 좋은 쪽으로만 굴러가는 건 아니기에 말이다.

그래서 책 마지막에 덧붙여진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이리라. 이 이야기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다른 거인 이야기처럼 잔인한 것이 아닌데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더 잔혹한 이야기인 것처럼 말이다.

아름다운 글과 빛바랜 느낌의 종이. 고서 같은 느낌의 표지와 삽화 디자인이 좋아서 소장하기에도 어울리는 이야기책이 되겠다. 이 이야기 책은 벚꽃처럼 참 예쁘고 아름다운데도, 내용은 바람 앞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안타깝고 슬프니 말이다. 그리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아는 모든 다른 거인 이야기와 함께 비교해가며 읽기를 해도 괜찮으리라. 단 진격의 거인은 초등학교 아이와 함께 읽기에는 너무 잔인한 만화이므로 빼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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