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
고향의 봄
  • 변정순 <수필가>
  • 승인 2013.03.3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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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변정순 <수필가>

물 고을 음성에는 이제야 산수유의 앙증맞은 노란 꽃 과 팝콘을 튀겨놓은 듯한 달콤한 생강나무꽃이 뽐내고 있다.

좀 지나면 매화가 피고 개나리와 진달래가 얼굴을 내밀고 살구꽃과 짙은 향과 함께 우유 빛 속살 같은 꽃잎을 내미는 목련이 다 함께 피겠지.

고원분지 지형인 이곳은 겨울은 유난히 춥고 봄이 다른 곳보다 더디 온다.

그래서 짧은 봄을 알차게 쓰는 지혜가 꽃들에게도 있나보다.

삼국시대부터 접경이었던 고을이라서인지 고구려 사람이든, 신라인이든, 백제의 백성이든 가리지 않고 여럿이 어울려 사는 것을 좋아하는 천성이 어진 백성들이다.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고 흥이 많아 남을 즐겁게 해주는 것 또한 스스로 즐긴다. 그런 마음들이 꽃동네를 만들었고 수많은 어려운 이들을 모셔와 같이 살아간다. 그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따뜻한 봄날에 전국 품바축제라는 이름을 걸고 한바탕 신나는 난장을 벌인다.

친정어머니가 허리시술을 두 번이나 하시곤 벌써 두 달째 거의 자리에 눕다시피 지내신다.

쾌활하고 사람을 좋아했던 모습은 찾을 수가 없고 앙상하게 뼈만 남아 엄마를 보고 있으면 참담하다.

몸이 아파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지 않았던 것이 거의 우울증에 가깝도록 밖을 나가시질 않는다.

그나마 동네 친구 분들이 자주 찾아와 주시니 이만 한 것도 같다. 퇴원하신후론 집이 좋다하시니 가까이 사는 핑계로 돌봐 드리고 있다.

자식에게 신세지기 싫다며 기관에 스스로 요양보호신청을 하여 요양보호사가 일주일에 3일방문하여 하루에 세 시간씩 돌봐드리지만 사람이 그리운 분이 이것으로 성이찰리 없다.

그래도 딸자식이 편한지 아예 살림을 같이 하길 원한다. 어디에서 들으셨는지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가 되고, 며느리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라나. 둘이서 웃었지만 왠지 씁쓸했다.

날이 좋아서 큰 맘 먹고 어머니와 밭길을 지나 가까이 작은 체육공원으로 소풍을 나갔다. 초등시절 여름 하교 길에 발을 담그고 남학생들은 수영을 했던 방죽, 뚝 이 터지는 바람에 체육시설을 만들어놓았다.

정자에 모여앉아 음식을 먹는 이들, 족구 하는 이들, 뛰노는 아이들 풍경이 즐겁다.

간간히 확성기에서 산불방지 멘트 들리고 저 멀리 아직 황량한 밭에 쪼그리고 앉아 달래냉이 뜯는 여인들을 바라보며 옛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그렸으리라.

어머니의 밝아지는 표정을 보니 벌써 바구니로 한가득 캐고도 남음이었다. 동네 아주머니께서 자잘하니 연한 달래를 한 웅큼 주셨다.

어떤 분은 냉이를 어떤 이는 지칭개를 지나는 길이라며 집으로 가지고 오셨다. 오늘저녁메뉴는 냉이무침 달래장이 일품 일 것 같다.

자기생각만 하기에도 바쁜 사람들, 남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는 요즘,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 동네 봄은 따스하다.

곧 가지각색의 봄꽃들이 만발하겠지.

이봄이 다가기전 희망과 사랑이 있는 고향에서 품바축제에 동참해 한껏 웃는 날을 기대하며, 어머니와 함께 맘껏 꽃 봄을 누리며 산책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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