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우리가락 즐기며 세대간 '아름다운 소통'
흥겨운 우리가락 즐기며 세대간 '아름다운 소통'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02.07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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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들어보는 영동 설계리 농요
설 명절을 앞둔 7일 충북 영동 ‘설계리농요’ 전수관에서는 대학생 국악동아리의 작은 공연이 열렸다.

청주교육대학교 국악동아리 ‘국악연구회’에서 준비한 이 공연은 설계리 농요 전수관을 무료로 빌려준 마을 주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은 무대였다.

합숙을 마치며 전수관에서 가진 공연에는 40여명을 동네 어르신들이 참석해 대학생들의 농요 시연과 풍물놀이를 감상했다.

특히 14명의 ‘국악연구회’팀이 매일 연습한 영동 설계리 농요를 마을 어르신들 앞에서 불러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영동 설계리 농요는 노동요다. 농사 지으며 주고 받는 소리로 노동의 힘겨움을 잊고자 부른 노래다. 그래서 생활 속의 기쁘고, 슬프고, 즐겁고, 애절한 감정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젊은 청춘들이 인생의 희노애락을 알기엔 아직 어리지만, 농요를 배우고자 하는 의욕과 열정은 동네 어르신들도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주민 김씨는 “밤낮으로 열심히 농악을 배워 주민들이 밤 잠을 설칠 정도였다”면서 “잠을 못잤어도 손녀같은 학생들이 배우는 마음 자세를 보니 기특하고 예뻤다”고 환하게 웃으셨다.

‘국악연구회’ 동아리팀의 공연은 예정된 무대가 아니었다. 방학을 이용해 합숙훈련을 가져오던 터에 올 겨울에는 영동 ‘설계리농요’ 전수관에서 7박 8일동안 합숙하며 국악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8일간의 합숙기간 동안 동아리팀은 자체 국악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설계리 농요 배우기 시간이 추가되었다.

‘설계리농요’ 전수관을 8일간 사용하는 대신, 마을 주민들은 매일 한시간씩 설계리 농요를 배우는 것을 대여 조건으로 달았기 때문이다.

장구나 징, 꽹과리 등 농악기를 다루어 봤지만 농요 부르기는 처음인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농악과 농요의 긴밀한 관계임에도 농요를 배울 생각은 못했다고나 할까.

농요 강습은 충북도 무형문화재 6호인 영동설계리농요 기능보유자인 서병종씨가 흔쾌히 맡아 무료로 진행했다.

80의 고령임에도 농요에 대한 애정은 강연에 녹아 있었다. 가요에 익숙한 학생들은 한 소절 한 소절 따라부르며 농요와 친해졌고, 느린 가락이 생소했지만 이색 경험이었다.

이나현 청주교육대학교 학생(3학년)은 “처음 농요를 배울 때는 생소해서 잘 따라부르지 못했다. 전문적으로 농요를 부르는 학생들은 아니었지만 즐겁게 따라부르다 보니 어느새 흥얼거리며 입에 붙었다”면서 “서병종 선생님께서 매일 농요를 가르쳐 주셨는데, 농요 강습에 앞서 인생 선배로서의 경험담을 들려주셔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 배운 농요지만 합숙을 마치며 주민을 위한 공연을 준비했다. 화려한 무대나 특별 의상을 입지는 않았으나 감사의 마음을 소리에 담아 들려 드렸다. 공연 후에는 술과 떡 등을 학생들이 직접 마련해 동네 어르신들 위해 잔치를 열었다.

학생들에게 강사로 나서 인생 경험담을 들려준 서병종 농요 기능보유자는 “아무리 많이 배웠어도 인성교육이 먼저다”며 “사회 물질문명을 발전하고 있지만 정신문화는 자꾸만 퇴색되어가고 있어 강습에 들어가기전 학생들에게 경험담을 들려줬다”고 말했다.

또 “농악을 배운 친구들이라 공연도 무척 잘했다. 주민들이 풍물놀이 공연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면서 “앞으로도 전수관을 사용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개방해 많은 사람들이 농요도 배워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현대문명의 발달로 무릎을 맞대는 일보다 기계에 의존하는 소통이 많아지고 있다. 단절의 시대에 시골과 도시, 세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보여준 아름다운 소통은 소리의 흥겨운 만큼이나 신명나는 일임을 영동 농요마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 서병종 영동설계리 농요 기능보유자

영동읍 설계리에서 태어났다. 1975년에 제16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설계리농요를 지도, 출연하여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1983년 '설계리농요 두벌매기' 선소리인으로 선정되었다.

1992년에는 제33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영동길쌈노래'를 지도해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1994년 제35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신설된 학생부에서 영동상고의 '설계리농요'를 지도, 출연하여 동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동 설계리 농요 전수관은 ‘설계리농요보존회(회장 서병종)’를 중심으로 45명의 회원들이 정기공연과 연습장소로 사용하고 있으며, 설계리농요의 전수와 후계자 양성, 연구활동, 홍보활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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