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고을 품격 담겼네~
양반고을 품격 담겼네~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3.02.0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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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떡

기록=‘흰떡을 하여 오래 두려면 가늘게 하여 솔잎을 시루에 켜켜로 놓아가면서 쪄다가 써라.’

설날 아침에는 한 살 나이를 먹는다는 의미에서 떡국을 먹는다. 설의 대표적인 음식이 떡국이지만 냉장시설이 없던 시대라 떡을 오래 보관하는 것이 큰 관건이었다. 이는 반찬등속에 흰떡을 오래 두는 법을 기록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당시에는 손으로 직접 가래떡을 만들었으며, 오래 보관하기 위해 송편 찔 때 솔잎을 켜켜이 얹듯 가래떡에도 솔잎을 넣고 쪘음을 알 수 있다.

◇ 약밥

기록=‘약밥은 좋은 찹쌀을 정하게 쓿어서(치대어 깨끗하게 하여) 또 좋은 대추를 삶아 껍질을 벗기고 그 대추육을 찹쌀과 한데 합하여 밥을 짓되 밤을 껍질을 벗기고 또 잣을 까서 밤과 한데 넣고 참기름을 낳어서 밥을 되게 잘 짓되 솥을 자주 열지 말고 밥을 지어서 뜸이 다든 후에 솥을 열고 주걱으로 슬슬 이겨서 한데 합하여 한 후에 또 소두방(솥뚜껑)을 닫아 풀 뜸 든 후에 퍼내어라.’

몸에 좋은 재료를 넣어 만든 약밥은 현대인들에게도 여전히 인기있는 음식이다. 음식도 웰빙시대를 맞아 대중화되었지만 100년전에는 양반가에서나 맛볼 수 있는 특별식이었다.

‘반찬등속’에 기록된 약밥은 독특한 조리법이 소개되어 있다. 대추를 삶아서 거른 다음 더 조린 후 찹쌀과 한데 합하여 넣은 대추고를 천연 감미료로 사용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또한 밤, 잣, 곶감, 생강을 넣으라고 되어있는데, 곶감과 생강을 재료로 사용한 점이 현대 조리서에서는 볼 수 없는 조리법이다.

◇ 만두

기록=‘만두는 메밀가루를 곱게 하여 반죽을 되게 하여 송편같이 빚되 송편보다는 크게 만들어서 그 속은 비지와 배추와 고기를 도마에 놓고 난도하여 생강과 파를 난도하여 한데 합하여 그 소를 넣어서 송편같이 빚되 서로 맞닿는 부리가 톱발같이 이상하게 되게 하는 것이라. 국솥에 삶아서 쓰는 것이라.’

송편만한 만두라니 앙증스럽다. 아랫녘 사람들이 큰 만두를 선호한 반면 우리 지역에선 한입에 쏙 들어가도록 만들어 양반가의 식탁문화도 짐작케 한다. 기록에 의하면 만두피를 밀가루가 아니고 메밀가루로 반죽해 만들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또 만두속은 비지와 배추, 고기를 난도하여 생강과 파로 양념하였다. 만두속으로 비지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두부를 만든 후 남은 비지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 화병

기록=‘화병이라 하는 것은 인절미를 쌀 하나 없이 쳐서 인절미만큼 잘죽잘죽하게 만들고 또 좋은 고추를 실같이 오리고 또 달걀을 잘 부텨 또 실같이 오리고 하여서 두가지를 잘름잘름하게 잘라서 그 인절미에다가 털같이 색을 섞어서 부치고 파란 콩고물을 곱게 하여 그 인절미에다가 살짝 풍겨라.’

꽃이 핀 듯 아름답다는 화병은 눈부터 요기한다. 찹쌀로 인절미를 만든 다음, 실고추와 계란 지단을 가늘게 채썰어 인절미 위에 고물처럼 올렸다. 화려한 꽃으로 장식한듯 흰색과 노란색, 붉은색이 어우러진 화병은 화사함을 더해준다. 미각을 중시하기도 했지만 시각적 미도 중요하게 생각했음을 엿 볼수 있다.

◇ 산자

기록=‘산자하는 것은 밀가루를 다시 고운 체에 또 쳐서 더운 물에 반죽을 되게 하여 네모가 반듯하게 조금조금하여 놓고 또 찹쌀을 절미(낱알이 여러 개로 깨진 쌀) 없는 것을 물에 잠깐 불려내어 솥에다가 볶아서 튀밥을 일우고 그 밀가루 반죽한 것을 기름에 볶아 엿을 바르고 튀밥을 붙이되 색으로 하려면 튀밥에다 각 색 물을 들여서 붙이는 것이 좋은지라.’

산자는 오늘날의 강정과 비슷한 과자다. 밀가루로 반대기를 만들어 참쌀 튀밥을 묻힌 과자로 고급 간식이라 할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반대기를 찹쌀이 아니라 밀가루로 사용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는 17세기 궁중음식 기록인 영접도감의궤의 산자와 비슷한 것으로, 궁중음식이 청주의 양반가에서도 특별한 날의 간식으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 전골지짐

기록=전골지짐은 쇠골(소의 골)과 두부를 넣어서 난도하고 갖은 양념넣고 고기를 채로 저며 넣어라.

특이한 요리 중 하나가 전골지짐이다. 단 한줄을 조리법 기록으로 음식 재현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여기에서 지짐이란 말은 부친 음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골과 찌개의 옛말이 지짐으로 추정된다. 궁중음식의 벙거지전골과 비슷한 것을 토대로 쇠골과 두부 으깬 것, 쇠고기를 채로 썬 것을 곁들여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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