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 편향
확증 편향
  • 양철기 <교육심리학 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13.02.0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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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학 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출소하여 취업하려는 장발장을 사람들이 피하는 장면이 나온다.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는 위험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선입견인 ‘확증 편향’ 이론이 적용된 경우다.

당나라 야사(野史)에 의하면 현종은 양귀비를 너무 좋아하고 믿은 나머지 안록산과 양귀비와의 명백한 불륜 증거 앞에서도 자신의 눈과 귀를 가리는 우를 범한다.

어느 날 밤 술을 마시다 양귀비의 옷이 흘러내려 가슴이 살짝 드러나자 현종이 어루만지며 말했다. “부드럽고 따뜻한 것이 막 나온 육계(肉鷄 )같구나.”

그러자 곁에 있던 돌궐 출신 안록산이 토를 달았다. “매끄러운 것이 마치 연유(煉乳)가 응어리진 것 같습니다.” 안록산이 양귀비의 가슴을 직접 만져보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는 소리다.

하지만 현종은 개의치 않고 웃어넘기며, “과연 오랑캐 출신답구나, 그저 연유밖에 모르다니.” 상대를 믿을 만해서 믿은 게 아니라 믿고 싶으니까 믿어 버린 것이다. 당 현종의 양귀비에 대한 확증편향은 결국 안록산의 난을 불러와 양귀비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고 자신은 황제에서 물러나는 결과를 가져온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 as)’이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인지적 편향을 말한다.

즉, 증거나 자료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선택하는 경향으로, 있는 대로 보거나 듣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심리적 경향이다. 편향이란 한쪽으로 치우침을 얘기하며, 동양철학이 중시하는 중용(中庸)을 벗어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새로운 이론이나 현상, 가치관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배척되는데, 이러한 확증편향은 특히 전문가집단에서 많이 일어난다.

한 조직에서 리더나 의사결정자는 ‘확증 편향’의 유혹에 늘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그들은 늘 깨어서 매 순간 자신의 생각이 옳은가에 대해 회의를 품고 매번 검증해 보는 습관을 길러‘확증 편향’을 경계해야 한다.

더 확실한 방법은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을 두는 것이다. ‘악마의 대변인’은 중세 로마 카톨릭에서 중요한 사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해 비판하며 반대논리를 전문적으로 주장하는 담당자이다.

조직 내에 의도적인 반골(反骨)을 둠으로써 근거 없는 낙관주의 등에 제동를 거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악마의 대변인’은 경영대학원에서 활발하게 활용되는데, 기업이 경영전략을 정할 때 악마의 대변인으로 지정된 사람은 무조건 반대 의견을 낸다. 이런 방법은 경직된 조직에 활기를 불어 넣고 회의실에서 집단지성이 발휘되어 의사결정자의 확증 편향적 결정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뇌는 과거에 배운 지식과 현재에서 습득한 정보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데, 이 두 가지가 적절히 조화되는 인지적 균형이 이뤄질 때 건전한 사고와 판단이 가능해 진다.

과거에 너무 집착하거나, 거꾸로 과거를 깡그리 무시하면 판단력이 흐려지면서 ‘확증 편향’에 빠질 위험이 있다.

살아온 40여년을 되돌아 볼 때 수없이 많이 ‘확증 편향’에 빠져 왔으며 그로 인해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피해를 입혔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도 ‘확정편향’은 내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참으로 경계할 일이다. 넘침은 모자란 만 못하고 치우침은 넘침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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