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 김태종 <생터연구소 터 소장>
  • 승인 2013.01.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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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태종 <생터연구소 터 소장>

사람이 살면서 때로 제 목숨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재산일 것입니다. 도대체 무엇에 쓰려고 그러는지 마냥 모으기만 하는 일에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다 써버리는 걸 보면 안타까울 때도 있습니다.

세상의 그 어떤 것이든 악한 것은 없습니다. 한 때 재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일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재산이거나 또는 그 무엇이거나 그 자체로는 선도 악도 아니라는 것을 알 만큼은 살았습니다. 갖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는데, 재산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재산의 쓰임새 때문에 그것이 악이 되는 수가 훨씬 많다는 것까지는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 참으로 희한한 것이라서, 도대체 어떤 것을 가질 자격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인데 그것을 가진 경우를 적지 않게 봅니다. 재산의 경우도 결코 예외가 아닙니다. 그걸 갖고 있음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면 그 또한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을 터. 재부분의 경우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그것만으로 남을 깔보거나, 또는 사람을 제 멋대로 다루려고 하는 사람들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재산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돈이 없어 시달린 일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산을 모으려고 해 본 일은 없습니다. 그저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거기 맞춰 살면 된다는 것이 그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내 생각, 그러다가 하나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엄청난 재산을 갖고 살아간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여름은 무척 더웠는데, 그 더위 속에서도 나는 올 해 배우기 시작한 짚풀공예의 맛에 흠뻑 빠져 땀 흘리는 일조차도 전혀 고통이 아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재료들이 되는 것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것들을 채취해 가지고 오면서 느꼈던 포만감, 그렇게 재미를 느끼며 일에 열중하던 더운 여름날 불던 한 줄기 시원한 바람, 그 때 ‘이 바람을 돈으로 어찌 환산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수십억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들이 내 주변에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의 행복, 그러니 뭘 더 가지려고 하겠느냐는 생각이 이어서 떠올랐고, 저 엄청난 재산을 느끼지 못해서 못 누린 시간들이 마냥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얼마를 더 살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고 나와 함께 하는 이들도 모르지만, 그 사는 동안 될 수 있으면 더 많이 누리고 느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동네에는 수십억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더 모으느라고 누더기를 입고 아직도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사람이 있는데, 볼 때마다 참 한심한 사람이라고 속으로 비웃었던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동안 내가 꼭 그렇게 살았던 겁니다. 

이제 알았으니 좀 더 누릴 줄 알고, 느낄 줄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늦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밤하늘에 있는 별,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의 호흡들, 그 모든 것이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내 재산이고 우리의 재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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