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소회(所懷)
12월의 소회(所懷)
  • 심억수 <시인>
  • 승인 2012.12.0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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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심억수 <시인>

12월은 자신의 여정을 돌아보고 앞날을 설계하는 달인가 보다.

한 장 남아있는 달력을 바라보니 마음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저 떨어져 나간 수많은 나날 속에서 지난 세월의 아쉬움과 앞날의 희망들이 교차하여 다가온다.

창밖을 보니 아름답게 꽃을 피웠던 꽃나무들도 빈가지만 남았다. 한여름 더위에 등을 내어 주었던 크고 웅장한 느티나무도 잎 하나 남겨두지 않고 모두 벗어 버린 모습이다. 나목들은 다가올 찬란한 봄을 만들기 위하여 잎을 하나 둘 떨쳐 내었다.

바람에 뒹구는 나뭇잎을 보며 지나온 날들을 돌아본다. 반복되는 일상의 날이라는 생각으로 시간에 떠밀려 그저 그렇게 정신없이 보낸 날들이 더 많다.

때로는 좀 더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살아보려고 애써보기도 하였다. 일상의 날들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았다. 날마다 치열한 삶 앞에서 나 자신은 피해 가기에 급급한 날들이었다.

가족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앞만 보고 열심히 뛰었던 시절, 시나브로 내 곁을 떠나고 있는 젊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공허함을 느낄 때는 실의에 젖기도 하였다.

주말과 휴일에 가족과 함께 보내려 노력해 보았지만, 애경사와 각종 모임으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한 때도 있었다. 가장으로서 다하지 못한 책임에 자책도 컸지만, 그래도 인내하고 용기를 주는 가족들의 정감 어린 배려가 있어 위안이 되었다.

찬란한 봄을 태동하기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도 당당하게 자신을 가꾸어 가는 나목, 빈가지로 서 있는 겨울나무를 바라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새날을 채워 가는 겨울나무/빈 가지에 바람만 가득 걸렸다/가슴에 안았던 소망 앗아간 바람/기다림으로 걸어 두고/여백의 미를 안으로 다스린다/버림으로써 초연해지는 너/땅속의 별이 되고 싶은 인생/당당한 알몸 되기 위해/난 무엇을 떨쳐야 한단 말인가/채워서 비워지는 게 아니라/비워지는 걸 다시 채우려는/나의 욕심을 거두고 나면/내 생의 뒤안길에 시간만 둘 수 있을까/모두를 버리고서야 모든 걸 얻은 듯/마냥 자유로운 너./

겨울나무처럼 마음을 비우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도 당당하게 자신을 가꾸어 가는 나목을 닮으려는 바람을 시로 표현해 보았다. 저 겨울나무들처럼 빈 가지로 서서 찬바람의 매를 맞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빈 가지의 나목을 보면서 쓸쓸한 느낌을 받는 사람과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한 해를 자기의 뜻대로 보낸 사람은 나목을 보면서 희망이 느껴질 것이다. 한해를 아쉬움으로 보낸 사람은 쓸쓸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한해의 끝자락에서 지나온 삶에 만족하고 앞으로의 삶에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인생이 되도록 다짐해보지만 쓸쓸하게 다가오는 감정은 나의 삶에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욕심 때문일 것이다.

12월 찬바람이 옷깃만 여미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여미게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얼마 남지 않은 날을 그동안 소홀했던 사람들과 고마웠던 사람들을 만나 감사와 미안한 마음을 전해야겠다.

그리고 내 삶을 좀 더 나은, 미래 지향적인 삶으로 가꾸어야겠다.

마음 깊숙이 자리한 꿈과 희망을 되짚어 보고 생각의 가지에 매달리는 일면들을 하나하나 성숙시켜 내년의 내 삶을 더욱 알차고 행복하게 거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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