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무리에 스쳐가는 추억과 소망
달무리에 스쳐가는 추억과 소망
  • 이규정 <소설가>
  • 승인 2012.12.03 2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이규정 <소설가>

어느 사이에 한해를 보내는 12월에 들어섰다.

마지막 달력을 보니 한해를 마무리하는 행사가 많기도 하다.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문들의 모임에 참석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쉬운 마음에 행사가 끝난 후 원당에서 쉼터라는 민박집을 운영하는 친구네 집으로 향했다. 맥주잔을 나누면서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떠들썩하게 주고받는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지금에서 생각하면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애틋한 추억에 빠져들었다.

적잖은 세월이 흘러버린 추억들의 이야기. 이제는 아득하게 멀어지는 추억과 함께 보이지 않는 친구가 적지 않다.

올해도 생을 마감하고 떠난 친구가 있어 친구들 사이에서 한숨이 나왔다. 친구의 그리움에 젖어드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이제라도 갑자기 떠나는 친구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맥주를 주고받았다.

새벽이 가까워서야 방문을 나섰다. 수없이 많은 별빛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머쓱하게 올려다보는 밤하늘에서는 오색 무지갯빛 달무리가 반기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 또한 반기듯 올려다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누가 그림을 그려놓은 듯 쟁반처럼 둥근 달이 떠 있고, 원형의 모습이 뚜렷한 달무리도 보였다.

제법 싸늘한 바람이 스쳐갔지만 달무리를 올려다보는 친구들의 눈길이 따뜻하다.

내가 초등학교를 보내던 시절에는 마루와 헛간에서 잠자는 날이 많았다. 누에는 집안에서 키워야 했고, 장마철에 썩어가는 고추를 널어놓은 방안에 군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마루나 헛간에서 밤잠을 설치며 달을 올려다 보았다. 달무리가 진 날은 달이 원망스러웠다. 비가 온다는 징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 올려다본 달무리에는 꿈과 소망을 담아 빌기도 했다.

밤늦도록 철없이 돌아다니던 시절에는 등불이나 다름없던 달무리였기에 추억도 아른댄다.

친구들 또한 달무리를 반기듯이 쳐다보는 눈길을 멈추지 않았다. 누구라도 쟁반처럼 둥근 원형이 뚜렷한 오색 무지갯빛 달무리를 본다는 것은 쉽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달무리에 스쳐가는 추억에 빠져들었다. 머리에 내려앉는 하얀 서리가 또한 애틋한 추억을 부르는 꽃나비처럼 느껴졌다. 괜스레 심술부리듯이 스쳐가는 바람도 정겹다.

한참이 지나서야 잔기침을 쿨룩거리며 방바닥에서 누웠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은 누워서도 이야기가 끝이 없다.

다음날 늦은 아침을 먹고 친구네 쉼터를 나섰다. 하룻저녁을 함께 보내고서도 무엇이 그렇게 아쉬운지 헤어지는 인사가 한동안이나 떠들썩했다. 그 시간조차 이제는 추억으로 남아있는 시간들이다.

지금 이 순간을 보내는 것 또한 내일에 추억이다.

아름다운 삶은 내일에 희망을 바라보는 것. 달무리에 스쳐가던 추억이 애틋해지는 것 또한 아름다운 삶의 미래이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