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유감(有感)
김장 유감(有感)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2.11.2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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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추수를 끝낸 텅 빈 들판을 바라보는 허전함을 덜어주는 것은 넉넉한 푸른 배추밭이다.

배추는 작은 씨앗으로 떨어져 한 잎 한 잎 사이좋게 손잡고 자라다 단단하게 동여맨 아늑한 집에서 노란 고갱이를 만들어 우리들의 겨울 식탁을 풍성하게 해준다.

이 맘 때면 주부들은 김장 걱정으로 마음이 바쁘다.

나도 올 해에는 둘째가 결혼을 하여 새 식구가 늘었으니 지난해보다 조금 더 김장 준비를 해야겠고, 지난 해 담근 김치가 맛이 별로 없었기에 좀 더 다른 재료를 써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김장을 앞두고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 먹거리 X 파일에서 MSG와 합성감미료로 범벅된 새우젓을 만드는 과정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저렴한 중국산 새우젓을 사다가 국산으로 둔갑하는 과정에서 정말 못 볼 것을 보게 되었다. 새우젓은 아는 지인을 통해 미리 사다 놓았는데 김장을 할 때 그 새우젓은 안심하고 써도 되는 지 걱정이 앞섰다.

김장의 대표 젓갈인 새우젓은 우리 나라 대부분의 주부들이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진대 바꿈질한 젓갈은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구별할 수 없다니 소비자만 골탕을 먹을 수밖에 없는 기막힌 일이다.

김치 맛은 소금이 좌우할 만큼 중요하기에 좋은 소금을 사기 위해 염전이 있는 곳까지 갔지만 믿음이 가지 않았다.

중국산 소금을 사다 염전에 뿌려 섞는다는 소문도 있으니 어찌 믿음이 가랴. 국산 100%라는 주인의 말이 그저 헛소리로 들렸지만 값이 비싼 것으로 결정을 하고 꺼림직한 마음으로 소금을 사왔다.

며칠 후 무게를 늘리기 위해 양잿물에 해삼을 불린 일명 ‘양잿물 해삼’에 대한 방송을 시청할 때는 분노를 느꼈다. 양잿물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못된 짓을 하는 모습을 방영할 때 혹시 그들도 보았다면 마음이 어떠했을까 만약 자신들이 저지른 모습을 보았다면 다시는 그런 나쁜 짓을 하지 않으리라 믿고 싶다.

아무리 주부들이 신선한 음식 재료를 사용하여 가족의 건강을 챙기고 싶어도 장난치는 상인들 때문에 불안하지만 안 사먹을 수 없고, 또 외식문화의 발달로 엉터리로 유통된 음식을 피할 수 없으니 이젠 불안하기까지 하다.

김치도 소비량에 비해 국내 생산은 턱없이 부족해 중국에서 배추, 절임배추, 김치 등의 형태로 수입이 불가피 한 상황이라 한다. 그러나 포르말린을 뿌린 중국산 배추 유통 현장이 발각되면서 소비자들을 놀라게 했다.

수확한 배추를 보관할 냉동 창고가 없어 포르말린을 뿌려 보관해 유통했다고 한다.

포르말린이란 우리나라에서는 1급 발암물질로 규정되어 있어 식품에는 사용을 금하는 물질이라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혹여 그 배추를 이용한 김치가 우리 나라에 들어오지는 않았을까 걱정이다.

양심적인 상인들에겐 죄송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의 생명을 유지하는 먹거리를 가지고 더 이상 나쁜 짓을 하지 말라고 간곡한 부탁을 하고 싶다.

김치는 양식이 부족하던 옛날, 겨울철의 양식을 보태는 데 한 몫을 한 중요한 먹거리였고 지금도 우리의 식탁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김장철을 앞두고 생명을 위협하는 김장 재료들이 유통되어 걱정이 앞서는 이 때 주부들의 지혜를 발휘하여 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김장을 하기 바라지만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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