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 모두가 내 삶의 에너지"
"어린이들 모두가 내 삶의 에너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11.27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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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훈장 석류장 수상한 유장희 감곡어린이집 원장
40년간 교육위해 걸어온 외길 인생

국가, 국민복지향상 기여 공로 인정

은퇴전까지 참 교사의 모습 다할 것

“아이들만 보면 너무 너무 행복해요. 40여년을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지만 지금도 아침이면 아이들 만날 생각에 마음은 어린이집으로 뛰어가요.”

유장희 감곡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들과의 일상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19살때부터 시작한 유치원 교사 일이 지금은 원장으로 호칭이 바뀌었지만 유 원장에게 어린이들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삶의 에너지원이다.

“출근해서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 가죠. 울상이 된 친구는 원장실로 불러 같이 놀아주며 마음도 풀어주고, 불만이 가득한 친구는 이야기를 들어주며 상처가 되지 않도록 다독여줍니다. 그러다 보면 금세 방긋 웃는 얼굴로 장난을 걸어오기도 해요.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개구쟁이들과 40여년이면 지칠 법도 한데 유원장은 어린이들 얼굴을 봐야 마음이 편안하다고 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마다 웃음꽃이 환하게 번져나는 얼굴을 보면서 ‘천직’이구나 싶어진다. 그러나 웃음 뒤에는 참고 견뎌온 시간 또한 만만치 않다.

“40여년 동안 쉰 날을 따져보면 일주일 정도예요. 제주도 여행도 가보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살았어요. 마음고생도 많았어요. 아이들을 적게 낳다보니 요즘 부모들은 아이가 조금이라도 다치거나 아프면 전후사정도 묻지 않고 따지고, 그만두겠다 난리죠. 그럴 땐 정말 이 일을 계속 해야는가 싶어지기도 하죠. 그래도 지금껏 어린이들과 함께 해올 수 있었던 건 천성이 어린이를 좋아하는 마음 때문인 것 같아요.”

유치원 교사로 20년, 원장으로 20여년을 어린이 교육에 힘써온 유 원장의 외길 인생을 보상하듯, 국민복지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15일 국가로부터‘국민훈장 석류장’이란 큰 상을 받았다.

“상을 받으면서 지난 일들이 많이 스쳐갔어요. 그중에서도 삼탄강에서 물에 빠진 아이를 구했던 교사가 가장 많이 생각났어요. 그 교사가 타야하는데 하는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나더라구요.”

열정을 다해 일해왔음에도 상을 받아들고선 그렇게 같이 일한 교사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을 내비쳤다.

“상을 탔다는 소문을 어디서 들었는지 어린이집 아이들이 원장님 왜 상타셨어요하고 물어요. 그러면 너희들 때문에 나라에서 큰 상을 줬다고 대답하면 아이들이 어깨를 으쓱하며 나 때문에 원장님이 상을 탔구나하며 자랑스러워해요. 어린이들이 준 상이나 마찬가지죠.”

어린이와 함께 해온 시간 탓일까. 유 원장의 표정에선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 환하게 웃다가도 마음 아픈 이야기에서 눈물을 보이는 모습은 유 원장이 살아온 삶이기에 더욱 짠하다.

“딸이 얼마전에 어린이집에 와서 아르바이트한 적이 있어요. 엄마의 일터를 옆에서 지켜보더니 난 엄마가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줄 몰랐다고 그러더라고요. 남의 아이들 키우느라 우리집의 아이들에게는 빵점 엄마였는데, 장성한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잘 자랐구나 생각이 들어요.”

평생을 어린이들과 보낸 유장희 원장. 머지 않아 천직인 이 일도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말에서 진정한 참 교사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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