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기름
물과 기름
  • 혜성스님 <진천 자재암 주지>
  • 승인 2012.10.29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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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혜성스님 <진천 자재암 주지>

계절은 가을을 지나 겨울로 향하고 있다. 어느새 덥다는 말은 춥다는 말로 변하고 계절이 바뀌어가는 세월의 뒤안길에서 소용돌이치는 세파를 내다보며 사념에 젖어본다.

대선을 앞둔 세간에 관심은 그야말로 예측불허의 수많은 사연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느 대선후보는 어떻고 다른 후보는 어떻고 선택을 해야 될 주인인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물과 기름. 기름은 차가운 물에 넣었을 때 그대로 융해되어 혼합이 되질 않는다. 열을 가하거나 촉매, 용해제를 가하기전에는 언제고 따로따로이다. 통합되지 못하고 화합하지 못하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이르기를 서로 물과 기름과 같다고 하지 않았던가.

각기 후보자 마다 국민 앞에 내놓는 선거공약이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 경제 민주화를 이루겠다,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겠다 등등 듣기에는 좋은 말은 다 쏟아낸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상대방의 약점과 비리를 제시하며 사과해라, 자격없다, 날을 세우고 각을 세우며 사생결단의 자세로 열을 올리고 있지만 어느 후보도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진실을 내놓은 후보는 없다.

그렇다면 국민 앞에 내놓는 대선 공약인들 그 누가 믿고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안타까운 시간이 선거일을 향해 멈추지 않고 다가가고 있는데….

언제나 그래왔지만, 정당정치의 기본바탕이 신선한 정책 대결이여야 함에도 상호간에 적대감만 키워가고 불분명한 흑색선전으로 혼란만을 가중시켜가는 구태적인 탈을 벗어나지 못한체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와 상대를 적으로 인식하여 깍아내리고 모함을 하여 반사적 이익과 유리함을 노리려 한다면 그것은 위험하고 어리석은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비굴한 방법으로 얻어지는 결과는 아무리 바라는바 데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해도 떳떳하지 못한 결과이기에 그것을 끝까지 지켜갈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국민 앞에 제시하는 국민대통합이라는 대명제하에 국민계층간의 화합, 지역간의 화합을 이루고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려 한다면 정당간 후보자간의 관계가 적이 아닌 파트너쉽과 동반자적 관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입버릇처럼 내놓는 상생의 정치는 기대할 수도 없으려니와 국민을 볼모로 정치극을 벌리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과 기름은 서로 상반된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이기에 이것을 융화시켜 필요한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는 지혜방편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어떠한 촉매제를 쓰고 어떠한 용해제를 쓸것이며 또한 누가 그 역할을 담당해야 될 인재인가를 선별하여야 할것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정말 필요한 것은 하려하지 않고 우매한 주권자를 유혹하여 정권쟁취에만 급급하려 한다면 얼룩진 과거 정치사를 재연할 수밖에 없는 일이기에 비록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국태 민안을 위해 신선한 물이 되고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될 에너지 기름이 되어 국운을 책임질 수 있는 지도자가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합장 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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