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인생 2막' 연주
음악으로 '인생 2막' 연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9.27 2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노실버앙상블크로마하프단
환갑 넘긴 나이 '인생을 즐겁게' 아름다운 도전

"우울증 이기고 자신감 얻어" 소박한 행복 발견

공연 나눔으로 행복 배… 추석후 야외공연 계획

보라색 롱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크로마하프를 연주하는 여인들이 있다. 아테네 여신같은 미모는 아니지만 인생 2막을 음악으로 열어가고 있는 청노실버앙상블크로마하프단이다. 20명 회원 모두 60세를 훌쩍 넘기고 70과 80을 향하고 있지만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다. 비법이라면 '인생을 즐겁게',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기 위한 아름다운 도전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하면서 어르신들의 삶도 달라졌다. "이 나이에 무엇을 할수 있을까 싶었는데 나도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분도 계시고, 손주들이 "할머니 멋있어요. 자주 오셔서 연주해주세요"라는 한마디에 행복하다는 분도 계신다. 하지만 이 소박한 행복을 찾기까지 단원들 한분 한분 사연도 많다.

암수술을 받고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김영수씨(76)는 크로마하프가 새 삶을 찾게 해주었다.

"암수술을 받은 후 한쪽 눈도 입도 내려앉았어요. 사람 앞에 나서는 것도 힘들고 구석만 찾아다녔어요.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어요. 그때 크로마하프연주단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젊었을 때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악기였어요. 용기를 냈죠. 그렇게 밖으로 나오고 크로마하프 연주단 활동을 하면서 삶에 변화가 생겼어요. 남이 뭐라하든 즐겁게 살자하고 말이죠. 지금은 구석을 찾지 않아요."

단원 중에 가장 막내인 박민자씨(67)은 조용한 성격이 활동적으로 변했다.

"조용하게 강의 듣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예요. 지금도 앞에 나서는게 쑥스럽지만 악기를 연주하고부터는 직접 뭔가를 하는 기쁨을 알게 됐어요. 크로마하프는 집에 혼자있는 시간에 연습할 수 있고, 악기 소리도 작아 아무곳에서나 연주하기도 쉬워 좋아요. 남편도, 아이들도 악기를 곧잘 다뤄서 연주실력을 길러 가족공연 무대를 갖고 싶습니다."

칠십고개를 바라보고 있다는 이영자씨(69)는 연주활동하면서 나를 가꾸게 되고, 나를 가꾸니 삶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서울에서 주부합창단으로 활동하면서 음악과는 친했어요. 그러다 3년전 청주로 이사오면서 아는 사람도 없고 소외감이 자꾸들면서 우울증이 오더라구요. 책을 보다가도 갑자기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여러번 느꼈어요. 안되겠다 싶어 할일을 찾다 크로마하프를 배우게 되었죠. 악기연주를 하면서 마음이 바뀌었어요. 충동도 사라지고 인생이 즐겁습니다. 배운 걸 남편에게도 들려주면 좋아해요."

창단 맴버로 크로마하프단의 왕언니인 김복주씨(76)는 '나이가 많아도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난 잡념이 없고 고민도 없어요. 10년 전부터 노래교실에 다니면서 동극도 하고, 마술도 배우면서 즐겁게 살아요. 기회가 되면 뭐든지 배워요. 어느날 악기반을 모집한다고 해서 이름도 생김도 모르고 무턱대고 신청했는데 그게 바로 크로마하프였어요. 음악을 연주하면서 나이가 많아도 할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도 젊어지더라구요. 나이들었다고 집에 있지말고 즐거운 곳이 있으면 찾아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인생 뭐 있어 즐겁게 살아야죠!"

음악이야기를 들려주는 단원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환한 웃음꽃이 핀다. 음악으로 행복하고, 공연을 나눔으로 곱절의 행복을 얻는다는 어르신들. 음악을 하면서 "가족간의 관심과 화목도가 높아졌다"면서 다가올 추석엔 '할머니 최고!'라는 손주들과 가족들에게 멋진 크로마하프 연주도 들려줄 거라며 즐거워하셨다.

추석을 보낸 후에는 이웃돕기 야외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 청주읍성큰잔치 때 성안길 한 가운데서 거리공연을 가진 뒤로 공연을 통한 나눔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생각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소박한 기쁨으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는 청노실버앙상블크로마하프단. 노인문제를 경제적 논리나 구세대로만 바라보는 사회시선을 음악으로 벽을 허물고 마음을 치유하며 공동체를 회복해가는 모습이 풍성한 한가위 보름달처럼 더없이 아름답다.

평범한 일상에서 소박한 기쁨으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는 청노실버앙상블크로마하프단 (왼쪽부터) 박민자, 김복주, 이영자, 김영수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훈식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