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비 인상 명분이 있는가
의정비 인상 명분이 있는가
  • 엄경철 기자
  • 승인 2012.09.24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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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엄경철 취재2팀장<부국장>

'물고기는 맛있는 미끼에 걸려 죽고, 사람은 후한 상에 집착하여 죽는다(香餌之下 必有懸漁, 重賞之下 必有死夫)'고 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병법서인 '육도(六韜)'와 '삼략(三略)에 나오는 말이다.

'군주는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배는 물위에 뜬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전복시킬 수도 있다(君子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水則覆舟)' 이는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순자(荀子)의 명언이다.

사회를 이끌어갈 지도층, 즉 리더의 덕목에 해당되는 명언들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대에도 사회나 조직을 이끄는 지도층이 갖추고 되새겨 실천에 옮겨야 할 덕목들이다.

작금의 세태에서 되새겨야 할 명언이 아닌가 싶다.

최근 충북의 일부 지방의회가 유권자인 주민들의 정서는 안중에도 없이 내년도 의정비를 올리겠다고 한다. 의정비를 올리자고 하는 것은 그들 마음이겠으나 전체적인 사회분위기를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다.

충남도의회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의정비 동결을 선언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불황에 어렵사리 살아가는 국민들과 고통분담을 하기 위한 것이 그 이유였다. 의정비 동결은 기초의회까지 이어지면서 여러 곳이 동참했다.

충북에서는 충북도의회와 6개 시·군의회가 동결을 선언했다. 이런저런 눈치보다 동결을 결정했지만 경기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주민들의 정서를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청원군의회, 진천군의회, 단양군의회는 인상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5년 동안 동결했기에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유다. 나름 이유가 될 수 있다.

의정비 인상을 포기한 다른 의회도 처음에는 똑같은 인상 명분을 내세웠다. 월급을 더 올리고 싶은 마음이야 그들이라고 없었겠는가? 그런데 왜 포기했는가 하는 것이다. 월급을 올리는 명분이 올릴 수 없는 명분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월급제가 도입됐다. 지방의회는 90년 중반 지방의회 출범 이후 월급제 시행을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월급제 시행 명분은 일을 할 여건을 마련해주고 제대로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명분이 받아들여져 월급제를 시행했다. 이제는 월급제 시행 후 한 번도 월급을 인상하지 않았으니 월급을 올려달라는 것이다. 월급의 현실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월급제 시행에 따른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켰는가 하는 것이다. 월급제 시행 이후 지방의회가 달라진 것이 무엇이며, 과연 자신있게 내세울 발전적인 의회상은 있었는가? 5년 동안 월급이 동결됐으니 올려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있다고 보는가?

유권자인 서민들은 5년째 고물가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입 감소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눈만 뜨면 뛰는 물가에 서민들의 주름만 깊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유권자들의 고통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봤다면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딱히 월급제 시행이후 달라진 모습도 보여주지 못한 의회가 인상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 지도층의 필독서라 할 수 있는 중국의 병법서 '육도삼략'과 사상가 '순자'의 명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새겨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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