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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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효순 <수필가·청주 덕성유치원장>
  • 승인 2012.09.2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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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이효순 <수필가·청주 덕성유치원장>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코스모스가 하늘거린다.

파란 하늘에 잠자리가 나르고 어느새 창가의 햇빛에 눈길이 머무는 계절이 되었다. 창밖의 감도 주홍빛으로 물들고 한가위가 하루하루 가까워 온다.

어린시절 여름방학이 끝나면 학교에서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운동회연습을 했다.

추석 때 객지에서 살던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함께 모여 정을 나누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들의 곡식도 추석을 생각하며 농사를 지었다. 봄에 열심히 재를 뿌리고 심었던 밭두둑의 동부와 밤콩은 잘 영글어 어머니의 광주리에 담겨진다.

송편에 필요한 것들을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자식들 옷도 사주고 명절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고향은 청주 변두리의 작은 마을이었다.

사촌부터 10촌이 넘는 친척들까지 한마을에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다. 그때만 해도 아버지는 5형제 중에 넷째라 어머니는 명절 때만 되면 큰댁에 가서 밤늦도록 송편을 빚으셨다.

달빛 아래 도란도란 모여 앉아 친척들 끼리 빚는 송편은 생각만 해도 정겨웠다.

멀리 떠나있던 동기간들이 고향을 찾아와 모두 웃음꽃을 피우며 밤이 이슥하도록 대청마루에 둘러앉아 송편을 빚었다.

솜씨는 모두 달랐지만 반달 같은 모양이 대부분 이었다.

송편의 유래는 백제 의장왕때 궁궐에서 발견된 거북이의 등껍질에 백제는 만월, 신라는 반달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한 점쟁이가 백제는 달이차서 곧 기울어 망하고, 신라는 앞으로 흥한다고 하였다.

둥근달은 곧 기울지만 반달은 계속 커지니 보다 나은 미래를 상징한다하여 반달 모양으로 송편을 빚게 되었다고 한다.

송편을 빚어 솔잎을 깔고 찜통에 익히면 솔 내음이 집안에 가득 찬다.

그 송편이 익을 때까지 밝은 달을 벗 삼아 놀며 기다렸다.

익힌 송편을 금방 씻어 솔잎을 떼고 참기름 묻혀 맛을 보면 쫄깃한 살과 함께 씹히는 맛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그것 보다 더 맛있는 것은 식은 후에 송편에 붙은 솔잎을 하나하나 뜯어내고 먹는 것이다.

그때는 냉장고도 없어 솔잎이 붙은 채로 송편을 광주리에 담아 광에 보관해 며칠씩 먹기도 했다. 조상들은 음식보관을 살면서 배운 지혜를 실제 생활에 접목하며 살았다.

요즘은 송편도 시장의 떡집에서 필요한 만큼 팔기 때문에 거의 빚지 않는다.

유치원에서라도 경험해 보는 것 이 좋을듯해 체험학습으로 유아들과 함께 추석이 가까워 오면 송편을 빚는다.

여러 모양으로 볼품은 없지만 작은 고사리 손으로 여러 번 주물러 빚어 쫄깃쫄깃하고 맛이 있다.

올 추석에는 쌀가루를 조금 빻아다가 어린 손녀와 송편을 빚고 싶다.

그리고 하늘의 넉넉한 보름달을 곁에 두고 식구들과 정담을 나누고 싶다.

보름달이 환하게 뜬 한가위 밤도 기다려진다.

우리 집 옥상에서 달맞이 할 밝은 달밤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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