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감추는 것이 아니라 가르친다
꿈은 감추는 것이 아니라 가르친다
  • 양철기 <교육심리학 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12.09.19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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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학 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저만치 기차가 있어요. 기차에 오르려 철길을 뛰어가요. 그런데 매번 기차를 놓치고 말아요. 그리고 멍하니 기차를 바라봐요."

대학 상담소에 근무할 때 내담자가 분석을 의뢰한 꿈 내용이다. 내담자는 매번 같은 내용의 꿈을 꾸고 잠에서 깨면 온종일 맥이 빠진다고 했다. 이 여인은 왜 이 꿈을 반복하여 꾸는 것일까?

꿈을 학문의 대상으로 삼고 과학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사람은 지그문트 프로이트(S. Freud)였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꿈은 무의식이 나타난 것으로 무의식의 세계는 의식 세계에 나타나지 않도록 자아(自我·ego)에 억압되어 있다.

잠이 들면 의식이 저하되고 자아 활동이 제한됨에 따라 억압되어 있던 무의식 속의 바람(Want) 등이 의식세계로 침입하는 것이다. 억압돼 있던 무의식적인 것이 의식세계에 그대로 오면 초자아(超自我·superego)에 의해 금지되어 자아의 불안이 생겨나기 때문에 수면이 방해를 받게 된다. 그래서 수면이 방해되지 않도록 검열이 행해지고 꿈은 가공(加工)되어 의식화 되는 형태가 된다. 그래서 본래의 꿈이 사실(잠재적 꿈 사고)과는 동떨어진 것을 꾸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편, 융(G, Jung)은 프로이트가 꿈을 감추어진 내용과 겉으로 나타난 꿈으로 나눠 꿈 뒤에 숨겨진 무의식의 욕구나 충동, 그 밖의 것들을 알아내고자 하는 것과는 다른 입장을 가진다. 즉, 꿈의 상(像) 그 자체가 중요한 것으로 그 속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꿈에 '모르는 노인'이 나왔으면 그것은 '모르는 노인'으로서 중요한 것이지 무조건 그 노인을 꿈꾼 사람 아버지의 대치물로 볼 수 없다. 꿈에 '붉은 사과'가 나왔으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붉은 사과'로서의 뜻을 갖는 것이며, 그것이 성적 욕망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융은 "꿈은 감추지 않는다. 그것은 가르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꿈속에는 감춰야 할 것, 이를테면 프로이트가 말하는 억압된 성적 욕구나 과거의 상처보다도 우리의 의식에 대해 무엇인가를 알려 주는 무의식의 메시지가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변화하는 꿈의 상(像)에서 변화하는 심리적 상황을 발견하고자 하므로 고정된 해석을 일삼지 않는다. 꿈은 단일성보다 다양성 속에서 스스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의 내담자에게 융의 꿈 분석 기법을 통해 자신의 꿈에 대한 통찰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녀는 안정된 가정과 직장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그녀의 삶은 곪을 대로 곪아 이혼을 꿈꾸고 있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아픔으로 꿈속의 기차는 가정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나타내지만 결국 떠나지 못하고 어찌할 줄 몰라하는 자신의 모습을 나타낸다. 매일 꾸는 꿈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삶에 대해 더 깊이 통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상담은 거기까지였지만 그 내담자는 어디선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꿈은 아직 미지의 정신현상이다. 모르는 것이 많고 체계적으로 연구해야 할 것도 많다.

꿈의 심리학적 이론에도 절대적인 하나의 이론만을 주장할 수도 없다. 그러기에 억지로 꿈을 분석하거나 그 꿈의 해석 내용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다. 다만, 조금의 호기심을 가지고 '간밤에 꾼 꿈이 오늘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려고 하는가?' 혹은 '무슨 목적으로 이 꿈이 나타났을까?'에 집중하면 된다.

꿈을 해석하는 일은 조각 그림을 맞추는 놀이와 매우 흡사하여 전체가 또렷하게 보일 때까지 천천히 그리고 끈기 있게 한 부분 한 부분 차근차근히 이루어 가는 것이다. 꿈은 다 풀지 못한 미완성의 수수께끼다. 비록 꿈의 일부분만이 해석될 수 있다고 해도 우리는 거기서 뭔가를 얻게 된다. 꿈은 감추는 것이 아니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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