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산들 아침 저녁 선선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지다
산들산들 아침 저녁 선선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지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9.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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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문턱을 알리듯 아침 저녁으로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9월이다. 책읽기 가장 좋은 계절답게 독서의 달 행사도 푸짐하다. 한권의 양서로 새로운 세계를 만나보는, 책으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012년도 '9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10개 분야의 도서 10종을 선정, 발표했다. '9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생의 에너지를 모두 바쳐 음악을 사랑했던 우리 역사 속의 음악가들을 소개하는 '한국 음악의 거장들'(송지원, 태학사), 거대한 숲을 배경으로 숲 관리인 이경인의 실종과 후임자 박인수의 일화를 통해 일상에 편재한 현대인의 불안과 공포를 탁월하게 형상화한 '서쪽 숲에 갔다'(편혜영, 문학과지성사), 망국의 풍경으로부터 시작되는 한국 근대의 역사를 53가지 키워드로 흥미롭게 풀어쓴 '근대를 말하다'(이덕일, 역사의아침) 등 10권이다. 추천사와 함께 선정된 책을 소개한다.

◇ 서쪽 숲에 갔다 / 편혜영 / 문학과지성사

이 책은 인간의 두려움의 실체를 좇는 소설이다. 실종된 형을 찾기 위해 서쪽 숲을 찾은 동생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방인의 방문과 함께 다시 시작된 숲의 악몽이 펼쳐진다. 평범한 마을 이면에 숨겨진 은밀한 범죄의 퍼즐. 마을 상점가의 주인들이자 은퇴한 벌목꾼들. 숲은 어둡고 깊다. 검은 벽 같기도 하고 깊은 미로 같기도 하다. 어쩌면 이들에게 일어난 사건이나 사고는 숲이 있는 동네에서 벌어지는 온갖 음모와 술수의 일부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 소설에서 답변이 아니라 질문이, 결론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가 범인인가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고 그것을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이 더 중요하다. 반복되는 일상의 심연이나 숨기고픈 무의식의 심연, 상처와 불안으로 점철된 우리 인생에서 숲은 어디에서도 입을 크게 벌리고 있고, 누구나 그 숲에서 빠져 나올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때문에 이 소설에서 '숲'은 존재가 아니라 사건이다. 배경이 아니라 인물이다.

◇ 근대를 말하다 / 이덕일 / 역사의아침

100년 전 근대의 모습을 담은 이 책은 역사학자 이덕일의 역사평설이다. 작가는 우리나라 근대 역사 속에 일제 침탈이 가시화된 무렵부터 일제 패망과 정부 수립에 이르는 시기를 53가지 키워드로 흥미롭게 풀어냈다.

이 책에서는 대한제국의 멸망에서부터 일제의 잔인한 식민통치, 식민지시대의 다양한 풍경들, 독립운동의 씨앗과 발전과정, 망명정부와 만주의 삼부 통합운동까지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정리했다. 특히 현장과 인물, 자료 사진을 100여 장 수록하여 근대를 좀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독립운동'과 '친일'이라는 획일적인 시각에서 탈피하여, 역사의 다양한 팩트 읽기를 통해서 역사가 주는 냉정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덕일씨는 현재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1997년 '당쟁으로 보는 조선 역사'를 첫 책으로 본격적인 역사서를 쓰기 시작하여 '사도세자의 고백', '누가 왕을 죽였는가',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전2권) 등의 책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 장-뤽 낭시/ 갈무리

이 책은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의 주제를 철학으로 풀어냈다. 프랑스 원로 철학자 장-뤽 낭시는 헤겔과 니체, 그리고 하이데거 사상으로부터 출발하여 독일 낭만주의를 계승하고 재해석하여 지금까지도 정치철학과 미학분야에서 독창적 사유를 전개해 나간다. 신이란 무엇일까, 정의란 무엇일까, 사랑이란 무엇일까,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저자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 사유 과정을 통해 일반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해준다.

장 뤽 낭시 교수는 1980년 정치철학연구소를 창설해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에 가능한 공산주의와 공동체의 문제를 급진적으로 사유했다. 그 결실의 하나인 무위의 공동체 (La Communaute desoeuvree, 1986)는 새로운 정치(도래할 정치)를 사유하려는 수많은 동시대 사상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됐다.

◇ 이야기 귀신 / 이상희 / 비룡소

이야기는 사방팔방 옮겨 다녀야 해!

이 책은 귀신에 관한 이야기의 속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이야기 귀신'은 이야기를 주변에 들려주는 몸종 아이의 캐릭터를 분명하게 살림으로써 이야기의 전달, 나눔, 소통에 초점을 두고 있는 점과 이로써 이야기 전개가 더욱 극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림을 보는 재미도 꽤 크다. 아이가 들은 이야기를 부지런히 적어두는 그림, 몸종 아이가 솥뚜껑, 수저 같은 무생물과 두꺼비, 참새 같은 동물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림 등, 많은 장면의 그림들이 전체적인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저자는 시인, 그림책 작가, 번역가로 활동하며 그림책 전문 꼬마 도서관'패링이꽃 그림책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 한국 음악의 거장들 / 송지원 / 태학사

이 책은 KBS와 국악방송에서 우리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온 송지원 교수가 우리 음악의 거장 52인을 소개한 책이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나라 음악 거장을 놓고 저자는 삼국시대부터 조선까지 우리 음악사에 아름다운 파동을 일으킨 음악 명인들의 풍류와 열정, 그리고 사랑을 고스란히 담았다.

노랫소리로 학을 춤추게 한 가객 김중열, 거문고 연주로 도를 찾은 문인 오희상, 일본 궁중음악의 전환점이 된 발해 음악가 고내웅, 조선의 오디오형 가수 남학 등 우리 음악을 둘러싼 다양한 사연을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또한 음을 사랑했던 우리 옛 음악가들의 멋스런 삶과 함께 각 장마다 음악과 시, 그림을 곁들여 악기의 특성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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