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도 전에 또… 충청 과수農 초토화
수습도 전에 또… 충청 과수農 초토화
  • 엄경철 기자
  • 승인 2012.08.30 2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볼라벤 이어 덴빈 강타
초속 23m강풍·물폭탄

2차 피해 농민 망연자실

'볼라벤'에 이어 폭우를 동반한 '덴빈'이 내륙을 관통하면서 충청지역 곳곳에서 2차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초대형 태풍 '볼라벤'으로 심각한 낙과 등의 피해를 입은 과수농가가 복구할 틈도 없이 또다시 태풍이 몰아쳐 피해가 컸다.

30일 오전 11시쯤 전남 완도 부근에서 한반도에 상륙한 제14호 태풍 '덴빈'은 초속 23m, 강풍반경 170km로 강한 바람과 집중호우를 동반, 이미 '볼라벤'으로 초토화된 충청지역을 또다시 강타했다.

30일 오후 6시 기준 충청지역은 서천 167mm , 부여 165mm , 대전 140.5mm , 세종 133.5mm , 진천 133mm , 괴산 117mm , 영동 91.5mm 등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앞서 지나간 '볼라벤'으로 초토화된 과수농가에 피해가 집중됐다. '볼라벤'이 충청지역을 강타하면서 과수농가가 심각한 낙수피해를 입었고 이를 추스르기도 전에 태풍이 몰아쳐 피해를 키웠다.

'볼라벤'으로 충북은 이미 555.9ha의 농작물 피해를 입었다. 그 중 낙과피해는 450.8ha로 농작물 피해규모의 80%이상을 차지했다. 충남도 2327.5ha의 낙과피해와 비닐하우스 3068동 5045ha가 부서지는 피해를 입었다.

이 처럼 '볼라벤'으로 큰 피해를 입었으나 복구가 완료되기 전에 또 비를 동반한 태풍이 몰아치자 피해농가들이 허탈해 했다.

충북의 낙과피해 중 가장 큰 규모로 피해를 입은 영동군의 2차 피해가 심했다. 영동군은 이날 인근 군부대 장병과 공무원들이 투입돼 복구작업을 벌였으나 태풍이 상륙하면서 중단됐다. 강풍으로 바닥에 떨어진 과일을 미처 수습하지 못했고, 쓰러진 과실수도 세우지 못한 채 손을 놓았다.

영동군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볼라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자 곧바로 과수원 복구작업을 벌였으나 '덴빈'이 북상하면서 복구작업을 포기했다. 연간 1억 이상 매출을 올린 김씨는 땅에 떨어진 과일을 수습하기도 전에 비가 쏟아지면서 올 농사를 완전히 포기한 것이다.

김씨는 "떨어진 과일 수습은 포기하더라도 쓰러진 나무를 빨리 세워서 내년 농사를 대비해야 하는데 태풍이 다시 오면서 작업을 할 수 없게 됐다"며 망연자실했다.

복숭아 과수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볼라벤'으로 큰 피해를 입은 후 재차 태풍이 북상하면서 미처 수확을 하지 못한 복숭아를 포기해야 할 처지다.

박씨는 "수확을 포기한 것도 가슴이 아픈데 쓰러진 복숭아나무를 세우고 회복시키는 동안 살아갈 일이 더 걱정"이라며 "미처 과수원을 수습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태풍이 들이닥쳐 2차 피해가 발생하면서 더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심각한 과수피해가 발생했던 충남 보령시 남포면의 홍모씨도 두 차례의 태풍으로 올 농사를 완전히 포기했다.

홍씨는 "강풍으로 포도가 많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달려있는 것도 온전한 것이 없다"며 "비를 맞아 열과(裂果) 현상으로 포도알이 갈라지거나 썩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마을은 '볼라벤'으로 출하를 앞둔 포도나무의 비 가림 시설이 찢기고 지주대가 쓰러져 복구작업이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복구할 틈도 없이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덴빈'으로 또다시 피해를 입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