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재산보호" vs "외교적 신뢰"
"생명·재산보호" vs "외교적 신뢰"
  • 엄경철 기자
  • 승인 2012.08.3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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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덕 청주시장 몽골 방문 강행 논란
태풍 '덴빈'까지 북상 … 비난여론 비등

태풍으로 인한 비상상황에서 몽골행을 강행한 한범덕 청주시장의 선택이 옳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주시는 한범덕 시장과 몽골 방문단이 일정을 마치고 31일 오전 3시50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고 30일 밝혔다.

한 시장은 이날 오전 귀국 후 곧바로 정상 출근해 태풍 '덴빈'북상에 따른 재난 대책 등을 지휘할 예정이다.

하지만 연이은 태풍 상륙으로 비상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몽골행을 강행한 것에 대한 적절성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한 시장은 몽골 자브항도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컴퓨터 기증식과 '청주의 숲' 조성 기념식 등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7일 방문단과 함께 출국할 예정이었다.

태풍 '볼라벤'으로 인한 비상상황에서 몽골행이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일자 한 시장은 방문단만 보냈다. 그러나 몽골 출장계획을 취소하고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에 전념하겠다던 한 시장은 '볼라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자마자 몽골로 떠났다.

공교롭게도 '볼라벤'에 이어 제14호 태풍 '덴빈'이 곧바로 내륙으로 상륙하면서 한 시장의 해외 출장의 적절성 문제는 가라앉지 않고 진행형이 됐다.

시 관계자는 "국가와 도시 간의 약속을 두 차례나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라 태풍 상륙에 따른 비상상황에도 불가피하게 해외 출장을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태풍에 따른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것보다 외교결례를 우선시했다는 설명이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던 한 시장이 외교결례를 범할 수 없어 강행한 몽골행이 부적절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한 시장이 출국하기 며칠 전부터 초강력 태풍 '볼라벤'의 상륙으로 인한 피해가 예고됐었다. '볼라벤'이 상륙하는 과정에서 '덴빈'의 북상도 예고되는 등 두 차례의 태풍 상륙이 기정사실화됐지만, 한 시장은 애초 계획대로 몽골행 비행기를 탔다.

청주시의 한 공무원은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을 알고도 해외 출장을 강행한 것은 판단을 잘못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아무리 중요한 외교관계라 하더라도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만큼이나 긴급하고 중요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시민 김모씨는 "내 집이 태풍으로 침수되는 등 비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된다면 그렇게 무책임하게 집을 떠날 수 있겠느냐"며 "비상상황에서 자리를 지키고 재난상황을 진두지휘해야 할 리더가 보여줄 모습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시의 또다른 관계자는 "어떤 변명을 내놓아도 이번 한 시장의 몽골행 강행에 대해 시민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여론 악화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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