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란 오랜 기다림…詩 속에 녹아든 소박한 이야기
10년이란 오랜 기다림…詩 속에 녹아든 소박한 이야기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8.30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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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시인 두번째 시집 '달함지' 출간
꺾어진 90이라고 하면 어둑해지다가도

밤낚시 야광찌마냥 살아나기도 하는 나이

아직은 신들메 고쳐 신듯 툭하면

몇 정거장 걸어가는 친구와

벌써 아귀처럼 길눈 어두워져

불들어주지 않으면 턱 하나 넘지 못하는



둘은 아직 총각이다

서로의 길에 대해 투닥거리고

돋도 못버는 주제에 퍼주기만 한다고 싸우가다도

삼겹살 몇 점에 짠해지는,

내가 잡아주지 않으면

한 놈은 그대로 지구 밖까지 걸어가버릴 것 같고

한 놈은 까무룩, 흐릿한 골목처럼 사라져버릴 것 같은

- 친구 전문

청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 이종수씨가 두번째 시집 '달함지'를 출간했다. 첫 시집 '자작나무 눈처럼'이후 10년 만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을 보내고 두번째 시집을 펴낸 이 시인은 "그동안 꾸준히 시 작업을 해왔지만 한 권으로 묶기까지가 오래걸렸다"며 "내년에 낼 계획이었는데 출간이 앞당겨져서 약간 어떨떨하다"며 출간의 소회를 밝혔다.

이런 시인의 마음은 "10년 만에 시집을 낸다. 버젓이 살아 있으면서도 시를 쓰고 있으면서도 죽어 있었던 느낌이다. 매미처험 여름 실습을 다녀온 기분이다"라는 시집 머릿말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처럼 10년이란 오랜 기다림은 시인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긴 터널을 지나온 것은 분명하다.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 시인은 자기 색깔찾기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달함지'를 엮어냈다.

"시에 메시지와 목소리를 통해 시를 읽는 독자들이 내 삶도 시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시의 원천은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시집 출간이 늦어졌을 뿐 이 시인은 엽서시 동인으로 활동하며 매달 엽서시를 통해 작품을 발표해왔다. 매달 작품을 발표한는 것에 대한 부담도 컸다.

"매달 시를 발표하다보니 완성도에선 만족스럽지 못할 때도 많다"면서 "그래도 정기적으로 작품발표하고 평가 과정을 거치면서 시가 살아남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고 경험을 들려줬다.

또 "시를 쓰는 것은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다. 끊임없이 시를 지으면서 시로써 살아남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시인이다"며 작가정신을 강조했다.

이번 시집 '달함지'에는 소박한 사람들의 삶이 오롯이 담겨있다. 작가로서의 색깔찾기와 자기검열 속에서 시인은 눈에 들어오는 주변사람들의 모습을 시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머니와 시장 사람들, 떡장수, 노동자 등 친숙한 우리의 이웃들이다. 질박하면서도 덤덤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일상을 시로 재현한 시인은 독자들의 공감대를 끌어내고 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이종수 시편에는 여전히 하루하루 어금니 꽉 물고 살아낸 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빈도 높게 등장한다"며 "그는 보잘것없는 작은 존재자들의 삶을 투시하면서 오늘도 이종수 식 만인보(萬人譜)를 아름답게 펼쳐낸다"고 평했다.

이종수 시인은 199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장닭공화국'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월간 엽서시를 발간하며 작은도서관 참도깨비와 흥덕문화의집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시집 '자작나무 눈처럼', 산문집 '요놈이 커서 무엇이 될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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