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만 파는 가게
씨앗만 파는 가게
  • 김성수 <청주 새순교회 목사>
  • 승인 2012.08.2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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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성수 <청주 새순교회 목사>

인생은 자신이 뿌린 씨앗을 거두며 사는 존재이다. 성서에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씀은 그래서 만고불면의 원리이고 진실이고 진리이다.

자녀를 키우면서 이것을 더욱 실감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듯, 때로 우리는 자녀들의 성품 속에 자라나는 못된 성질머리를 볼 때, 어디서 돌연변이가 나왔나? 한심한 듯 여기지만, 부모가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 때문에 두 번 절망한다. 자녀의 쓴 뿌리를 보며 아파서 절망하고, 또 하나는 왜 진작 잘 뿌리지 못했을까 후회하면서 절망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땀과 노력과 열정의 씨앗은 심지 않고, 성공과 행복과 축복의 열매는 갈구한다. 그러나 그것은 세상을 지으신 창조주의 섭리를 모르는 소치이다.

행운은 바라던 한 여인이 꿈을 꾸었다. 시장에 간 여인은 '행복을 파는 가게'라는 간판을 보고 마음이 끌려 가게에 들어갔다. 가게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신(神)이었다. 가게 안에 들어간 여인은 신께 물었다. "이 가게는 무엇을 팝니까?" 그 신이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얘기하십시오." 대답에 놀라 상기된 여인은 한참을 생각한 후에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사기로 마음먹고 "평화와 사랑과 지혜와 행복의 열매를 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신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이 가게는 오직 씨앗만을 팝니다."

그렇다. 세상의 어느 것 하나 그냥 이뤄지는 것은 없다. 땀과 수고와 희생과 노력이 진주보다 가치 있고, 금보다 귀한 이유가 그래서가 아닌가?

얼마 전 끝난 런던 올림픽을 보면서 우리는 땀의 가치를, 훈련과 노력의 결과를 보았다. 개인의 꿈과 열정의 열매를 보상 받는 모습에 박수갈채를 보낼 뿐 아니라, 그렇지 못한 선수들의 선전을 보면서 왜 온국민의 가슴이 뭉클 했을까?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그들의 마음을 우리들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꼭 올림픽과 같은 큰 경기만 아니라 가정이라는 경기장, 직장이라는 경기장, 사회라는 경기장 안에서 화려한 금메달은 아니지만 인생의 아름다운 메달을 위해 4가지 씨앗을 뿌리며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들의 공동체와 나의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 질 것이다.

그것은 옛 어른들이 여인들에게 갖추기를 바랐던 '4씨'이다. 마음씨, 말씨, 맵시(씨), 솜씨가 그것이다. 선하고 고운 마음씨, 부드럽게 남을 배려하는 말씨, 어떤 옷을 입어도 멋스럽고 단정하게 보이는 맵시(씨), 상대방에게 정성을 다하는 마음으로 재능을 발휘하는 솜씨는 사람을 돋보이게 할뿐 아니라, 인격을 가꾸게 하며, 공기까지 부드럽게 하며, 주변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러기에 거창하게 세계 평화와 자유를 위해서 싸우지 않더라도, 이 작은 실천이 주변 사람을 기분 좋게 하고, 공동체를 아름답게 가꾸며, 사람이 가진 성정을 안정시켜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뿐 아니라 땀의 씨앗, 희생의 씨앗, 사랑의 씨앗, 섬김의 씨앗 등등을 열심히 파종하면 마침내 행복과 평화와 풍요로운 삶의 열매를 거두게 되리라. 울며 씨를 뿌리는 자에게 기쁨의 단이 예비 되어 있단다. (시편126:6)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성서, 시편 1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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