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절제를 권하는 사회
무절제를 권하는 사회
  • 김성수 <청주 세순교회 목사>
  • 승인 2012.07.3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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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성수 <청주 세순교회 목사>

경남 통영과 제주도에서 일어난 두 사건 때문에 사회가 시끄러웠다. 어린 생명이 이웃집 아저씨가 탈을 쓰고 이리로 둔갑해 짐승처럼 영혼과 생명을 유린할 때 얼마나 놀라고 고통스러웠을까?

바쁜 인생사에서 여유를 갖고자 찾은 관광지에서 갑자기 마주한 이리에게 생명을 유린당한 여인은 또 얼마나 그 영혼이 고통스러웠을까? 게다가 검거된 살인범이 한 사람은 성폭력 전과자이고 또 한 사람은 강도전과자로 밝혀졌다.

그 뿐만 아니다. 충청도 제천에서는 교사가 자기반 학생이었던 제자를 집으로 불러 아직 미성년자인 소녀들에게 술을 권하고 잠든 틈을 타서 성추행하다가 발각이 되는 일이 일어났다.

어쩌다가 사회가 이렇게까지 무절제해졌을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소돔과 고모라 시대와 같이 성적개방과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는 않은지 처절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에 이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잊혀질만하면 끊임없이 들려오는 사회 독버섯 같은 성범죄의 이면에는 무절제를 은근히 권하는 사회적 풍조가 자리하고 있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하듯이 나쁜 문화가 좋은 문화의 설 자리를 몰아내고 있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언론은 이런 사회적 범죄 사건이 일어나면 나쁜 범죄에 초점를 맞추고 마치 악마성을 지닌 한 개인의 범죄인양 범죄자 개인의 범죄요인을 파헤치는데 주력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얼굴의 모습을 빠르게 바꾸는 변검술사처럼 무절제한 문화를 부추긴다. 이것이 언론의 이중성이다.

얼마 전 이사(移徙)를 하면서 지역방송TV를 신청했다. 얼마 후 한 통의 전화를 받고 한 달간 무료로 보라고 해서 그러겠다고 하고 확인해보니 포르노 채널이었다. 외국 여행지 호텔방에서 유료로 보도록 권하는 채널이 안방에까지 들어와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서울에 출장갔을 때 지하철에서 접한 일간지 신문의 연재만화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선정적이고 포르노적인 낯 뜨거운 그림들로 가득 차 있었다.

프로이드의 이론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은 본질적으로 성적욕구를 가지고 산다. 이 성적 욕구는 때로는 부부사랑의 에너지가 되고, 예술을 창조하는 동력이 되고, 종족번식을 통해 사회를 지탱하는 소중한 본능이다. 그러나 사회적 약속에 의해 절제될 때 아름다운 것이다. 사회적 약속이 지켜질 때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약속이라는 보이지 않는 선을 지킬 때, 사람으로서의 대우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존경과 대접을 받으며 사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가 과도한 개방성과 익명성, 오락성, 쾌락에 노출되면서 은밀하게 행해지는 쾌락주의가 마치 인간 자유의 창구인 것처럼 미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급속히 개방과 무절제로 이행하고 있어서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 장애인, 무방비한 여성들이 성적욕구를 채우는 창구로 유린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성범죄자에게 무거운 형벌이 가해져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것을 보았다. 온통 세상이 선정적 포르노물로 가득해 무절제를 권하는 사회를 만들어 놓고는 누구도 반성이나 개혁의 깃발을 들지 않고는 범죄자만 처벌하자고 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범죄로 온 나라가 소란할 때, 사이코패스, 성범죄 전력자, 변태성욕자로 치부하며 개인의 범죄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사회가 지닌 구조적 문제점을 짚어봐야 한다.

교육자, 성직자, 정치가, 여론주도층, 범죄 전문가, 심리학자, 저널리스트 등등 문제의식을 가진 사회지도층이 모여 함께 고민하고, 아파하고,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을 만들어야 한다. 아름다운 자연과 환경을 물려주고, 유산을 물려주는 것만이 기성세대가 할 일이 아니다. 아름다운 문화를 물려주고, 사회적 약자가 유린당하는 범죄의 원인을 척결해 아름다운 사회를 물려주는 것도 기성세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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