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종류
차의 종류
  •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12.07.26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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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근 교수의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마시는 차에는 종류가 많다. 여기서 그런 종류를 나열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자칫 호사가들의 일이기 쉽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나 같은 서생이 참견할 일도 아니다. 다만 중요한 분류법 하나만으로도 차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절에 가면 의외로 위장병으로 고생하는 스님들이 많은 것을 보게 된다. 고기도 안 하고 술도 안하는 데 웬 속병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대부분 녹차로부터 기인한다.

스님들의 취미야 별개 없어 차를 즐기게 되는데 잘못하면 속을 버리게 되는 것이다. 스님들의 차 생활은 실상 취미를 넘어 수행의 도움닫기에 가깝다. 참선을 할 때 졸음을 쫓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차이기 때문이다.

나도 차 도움을 많이 받았다. 코트라에서 현지직원으로 일하면서 석사논문을 써야 했는데 저녁에 몰려오는 피로감을 차가 이겨내 주었기 때문이다.

저녁 후 씻고 큰 찻잔에 차를 마신다. 점차 정신이 맑아진다. 시간이 지나 산만해지면 다시 물을 붓는다. 한참 일을 하다 몽롱해진다. 그러면 다시 우려내 마시기 시작한다. 이렇게 세 번을 마시면서 글을 썼다. 그러나 졸립다고 네 번째까지 마시면 안 된다. 그러다가는 잠을 못자고 밤새 붕붕 떠다니게 된다. 카페인 과다가 되는 것이다.

카페인은 커피의 요소다. 그러나 그런 각성효과가 차에도 많다. 사람에 따라 반응정도가 다르지만 차 또한 카페인의 출처다. 다른 좋은 요소가 많아서 그렇지 커피보다 카페인이 덜한 것도 아니다. 영어는 그런 말을 쓰지 않지만 독일은 카페인과 구별하여 '테인'(tee: tea)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수행을 하는 스님들에게 졸림은 가장 큰 적이라 차를 가까이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잠을 '수마'(睡魔)라 하여 마귀반열에 올리겠는가.

그래서 나는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늘 차의 효능을 선전한다. 몸을 잘 몰아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수행도 공부고, 연구도 공부고, 꿍푸도 공부(工夫)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차가 사람을 해친다.

차는 한마디로 익히지 않은 차가 있고 익힌 차가 있다. 불로 덖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지만 발효된 차가 있고 그렇지 않은 차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차가 속을 덜 깎을까? 겉으로 보기에는 녹차가 맑아 덜 강할 것 같지만 정반대다. 녹차는 발효과정을 멈추게 했기 때문에 맛이 세서 속을 깎는다. 그러나 짙은 색깔이 나는 홍차는 발효차이기 때문에 속을 덜 깎는다.

이것만 구분하면 된다. 밥을 먹었으면 밝은 색 계열로, 속이 비었으면 짙은 색 계열로 가면된다. 연두 빛 차가 가장 강한 것이고, 검은 빛 차가 가장 순한 것이다. 고기라도 먹었으면 녹차를, 빈속이라면 홍차나 흑차를 즐길 일이다

요즘 나오는 보이차라는 것은 발효차로 일반적으로는 오래둘수록 좋은 차로 친다. 그러나 녹차는 햇차가 제일이고 몇 년 지나면 맛도 떨어진다. 녹차는 5월에 맛이 최고고, 홍차는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적당하고, 보이차는 새벽에 글 쓸 때 제격이다. 오룡차나 철관음은 그 사이에 놓인다.

내가 커피 대신 차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선택의 범위가 넓어서다. 나는 해장으로 차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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