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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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희진 <수필가>
  • 승인 2012.06.2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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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강희진 <수필가>

두번째 수필집을 출간한 것은 지난 5월이다. 첫번째 출간 이후 9년만이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자 했지만 막상 출판되어 나오니 미흡한 점이 너무 많았다. 그래도 잘 읽었다고 메시지를 보내주거나 메일로도 격려를 주시고 또 어떤 분은 편지를 보내 주기도 했다.

그 가운데 한 독자는 중학생이었다. 내가 강의하는 요양보호 교육원에서 만난 분의 딸이었는데 글을 좋아한다고 해서 한권 보내줬었다. 그런데 3주 후에 너무나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책을 잘 읽었다는 내용과 함께 직접 감상과 그리고 자기의 느낌을 작은 책자로 만들어 보내왔다.

힘들여 출간한 책이라서 자기도 책으로 선물을 해 주고 싶었다며 손수 하드보드지를 자르고 그 판에 색지를 붙이고 그 위에 글을 써서 만든 어설픈 책은 입가에 절로 웃음이 나게 했다.

내용 또한 중학생의 순수한 마음과 사물을 보는 깨끗한 마음이 들어있었다. 어린 중학생인데도 책 한권에 감사히 받을 줄 아는 마음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 외에 읽고 나서도 느낌을 정성스럽게 표현해서 보내준다는 것은 쉬운 게 아니었다.

문득 자신을 돌아본 것은 그동안 나는 책을 보내온 분들에게 몇번이나 답장을 했던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솔직히 책을 받고 답장 한번 제대로 보낸 적이 없다. 구실은 바쁘다는 거지만 어렵게 책을 낸 과정을 생각하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동안 아무리 감동적인 책을 읽어도 그래 그대는 작가니까 그렇게 썼겠지, 혹은 나는 왜 이런 글을 쓰지 못할까 하고 부럽다고 했을 뿐 진정으로 그 작가의 뼈를 깎는 노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홍명희 작가처럼 점 하나를 찍는데도 온밤을 지새웠다는 그 말의 무게가 독자의 입장에서 이제야 다가온다. 모차르트의 능력을 시기한 살르에르를 이해한다고 늘 말했다. 그의 욕망과 그의 고뇌가 내 마음을 대변하기에….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것은 노력의 문제였다. 어쩌면 나는 뼈를 깎는 노력도 없이 성과에만 집착했는지도 모르겠다.

반성을 하며 앞으로는 책을 보내온 분들에게 감사의 답을 해줘야겠다는 다짐도 하는 시간이 되었다.

틈틈이 써 온 글이 책으로 나올 때마다 솔직히 다시는 글을 못 쓸 것 같은 부끄러움을 느끼곤 한다.

이제 겨우 두번인데도 그러니 앞으로 또 거듭 출간을 할 때는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이렇게 격려하는 독자가 있으면 또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들겨댄다.

스스로 봐도 어설프고 못난 작가지만 정성껏 읽어 주는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써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깊은 밤 뜨는 별은 초저녁의 그것보다 보아 주는 눈길이 별로 없지만 혹시 그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면 조심스럽게 비추고 싶다.

눈에 띄게 밝지도 않고 크지도 않지만 캄캄한 암흑에서는 그 별이나마 초저녁의 별처럼 빛을 발하게 되지 않을까.

잘 쓰지는 못해도 열심히 매진하면 누군가 읽어 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 아이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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