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당
나의 마당
  • 정규영 <청주 중앙동>
  • 승인 2012.06.19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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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규영 <청주 중앙동>

마당 한 켠에는 여러 종류의 새싹이 움트고 있습니다. 여기 저기, 지인들로부터 얻어 마당에 심은 겁니다. 처음에는 마당의 풀 한 포기조차 관심없던 내가 말입니다. 친정엄마와 더부살이 하고 있는 이 집은 내가 학창 시절과 아가씨 시절을 보낸 곳입니다. 친정집과 작은 담으로 연결된 이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나는 내 자존심의 위치도 땅으로 내려 가는 줄 알았습니다. 높디 높은 아파트에 사는 게 무슨 거한 자존심이나 되는냥 앞세우고 다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런 내가 편한 아파트 생활을 접고 주택으로 이사를 온다는 것이 마냥 고향집 오는 것처럼 즐겁진 않았습니다.

모른 체했습니다. 나무도, 꽃도, 흙도, 풀 한포기 조차도...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내가 모른 체하는 날이 하루 이틀 지날수록 꽃은 더 이쁜 자태로, 나무는 더 짙푸른색으로, 흙은 정감있는 흙내음으로 스스로를 뽐내며 나를 봐주는 겁니다.

'이래도 정 안붙일래?' 하는 심산으로 말이죠. 애들을 핑계 삼아 이사 오길 꺼렸는데, 애들은 나의 기우를 비웃듯이 정반대였습니다. 전학 온 학교에 적응도 잘하고 도서관이 가까워 책도 많이 접하고, 무엇보다 할머니랑 가까이서 지내면서 더 많은 사랑을 배운거 같습니다. 준 거보다 내준 것이 많은 낮디 낮은 나의 집입니다.

사람으로 상처입은 자리는 또 다른 사람으로 채우고 메워야 됨을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살다보면, 원하든 원치않든 상처주고 상처 받는 일이 생기지만, 세월이 약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주는 사랑으로 잊는다는 뜻일 겁니다.

이제, 이 집이 나의 집이 맘에 듭니다. 불편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완견도 키울 수 있고, 봄이 되면 꽃씨를 뿌려 예쁜 꽃을 볼 수 있고, 자잘한 농작물을 키워 수확의 기쁨을 알려주는 나의 마당이 좋습니다. 또 마당 한 켠에서 나의 성장과정을 지켜봐준 나무가 있어 든든합니다.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이가 정성껏 키워 올해 분양해 준 꽃나무를 볼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마당 가운데 빛 좋은 자리에 심은 이 나무가 나를 언제 어디서나 지켜봐주는 사랑하는 이 같습니다.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치부하기엔 많은 것을 잊고 산거 같습니다.

세상 사는데는 불편함도 필요한데 말이죠.

날이 뜨겁습니다. 이제 곧 물을 주러 마당으로 나가야 합니다.

귀찮은 생각도 들지만 마당의 꽃들의 모습에 마음을 고쳐 먹습니다.

아직도 나는 어리석은 인간인지라, 매번 흔들리고 후회하고 좌절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이라 그런거라 치부할랍니다.

내 마음에도 여러 지인이 심어 준 사랑의 씨앗이 움트는 날이 오도록 기다리겠습니다. 마당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날 쯤이면, 내 맘속 사랑도 싹을 틔워 앞다퉈 올라오겠죠.

너무도 따뜻한 나의 마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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