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는 사람
준비하는 사람
  • 김성수 <청주새순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2.06.1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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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성수 <청주새순교회 담임목사>

이번 주는 박사과정 마지막 수업이 있었다. 목회를 하면서 공부를 병행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마치 오랫동안 쓰지 않던 열차를 다시 가동하는 것처럼 힘든 과정이었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매주 세미나를 준비하고, 책을 읽고, 먼 거리 달려가서 함께 학문을 연찬하는 시간이 보람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시간들을 보내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한 주간 쏟아지는 과제가 벅찼다. 매주 월요일이 수업인데, 목사로서 중노동에 해당하는 토요일, 주일을 보내고, 예배를 마친 오후부터 머리를 짜내듯이 밤을 새워 억지로 과제를 만들어 겨우 한 두 시간 잠을 잔 후, 과속을 하면서 차를 달려 내려갔던 것이다. 그러니 피로가 겹치고, 부담이 겹치고, 온몸에 피곤이 쌓여갔다. 그런 과정 속에서 스스로 터득한 것은 미리미리 준비하자는 것이었다. 조금 일찍 서둘러서 과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수업을 마치고 오면 바로 다음날부터 2~3일 만에 과제를 마치고 나면 마음이 날아갈 듯이 홀가분해지고, 주일 오후에는 교정만 보고, 출력을 해서 가방에 잘 보관하면 얼마나 마음이 가벼운지 왜 진작 이런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을까 후회가 되었다. 미리 준비하는 자세는 기쁨의 열매를 창조해 주었다.

20여 년 전, 신학교에 갓 들어갔을 때, 남보다 탁월하게 모든 과제를 해냈던 친구가 생각난다. 그는 어려운 청소년기를 보내야 했었다. 그리고 정확한 과정과 절차를 모른 채, 지방의 한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 현장에 뛰어들었는데, 자기가 나온 학교가 세상에서 별반 대접을 받지 못하는 학교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단다. 그 후 그는 다시 공부를 해서 지방에서는 유수한 대학교 영문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리고 영어 선생으로 4~5년을 봉직한 후 다시 신학대학원에 진학한 것이다. 그러니 남보다 어려운 길을 돌아온 처지라서 학업에 소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3년 동안 서울의 기숙사에서 하루 3~4 시간 잠을 자면서 공부를 했다. 주말에는 서울이나 또는 지방의 교회에서 봉사하는 교육전도사 일을 했다. 그러다가 혹 연휴라도 만나면 자유를 얻은 새처럼 각자 가족의 품으로 달려가기 바빴다. 그러나 그 친구는 추석도, 연휴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어진 과제를 미루는 법이 없었다. 그런 자세로 일관해 3년 과정을 마칠 때, 최우수 졸업 논문상을 받았다.

우리가 사는 일상에는 준비할 일이 많다. 자녀를 출산하는 일부터, 자녀를 양육하면서 유치원, 학교, 학원에 보낼 때도, 문화생활을 위해 무언가 공부를 한다면 그 일도….

일상에 수없이 많은 일마다 준비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디 이런 일뿐이랴. 자녀의 앞날을 위해서도, 자신의 장래와 영원한 미래를 위해서도 사소한 일이든, 큰일이든 준비하는 자세를 몸에 익히면 삶의 여유와 기쁨과 좋은 열매를 누리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공동체를 위해서도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지도자는 붓 대롱으로 세상을 보아서는 안 된다. 멀리 보고, 앞 서 보아야 한다. 1년 후, 5년 후, 10년 후, 30년 후, 세상을 바라보고 준비해야 한다.

특별히 교회는 여름행사가 다양하다. 이번 여름은 공동체성을 길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점점 세상이 개인주의화되어 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컴퓨터나 게임, 학원공부에 빠져 옆 사람을 돌아볼 여력조차 없는 것 같다. 이러다가 저들이 사는 세상은 얼마나 메말라질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름 행사를 통해 함께 음식도 만들어 먹고, 함께 공동 작업을 하게 해보면 공동체 속에서 연합과 협력을 배우며, 함께 만들어 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지 않을까?

준비가 없는 사람은 미련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준비하는 사람만이 아름다운 세상을 창조하며 살게 된다. 가족을 위해, 공동체를 여름을 계획하고 준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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