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권자다
나는 유권자다
  • 정규영(청주 중앙동)
  • 승인 2012.04.2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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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규영(청주 중앙동)

"여보, 누구 찍을거야?"

"비밀."

"엄마는 누구 뽑을거야?"

모처럼 한가로이 늦잠을 자고 투표소로 가는 우리네다. 투표권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큰아들과 비밀이라는 선거방식을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둘째, 그리고 4년마다 주는 투표권에 의기양양해진 우리 부부다.

휴대폰의 발달로 이번선거에는 여러모로 이용되었다. 휴대폰에 시도 때도없이 들이닥치는 문자메시지들. 한참 바쁜 중에 확인해 보면 어김없이 선거 관련 후보의 홍보 메시지다. 기다리던 답장이 있어 기대하던 차에 이런 문자가 오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그런 놀음에 4년전에도 속고, 또 속으려 투표장으로 간다. 매번 선거철만 되면 후보들은 굽신거리며 일꾼이라 자처하며,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외쳐댄다. 그러다 당락이 결정되면 지역구에서 얼굴보기도 힘들고 금배지를 단 높으신 어른이 되어 사무실에 찾아가도 웬만한 뒷배를 가지지 않는 한 만나기 어렵다.

몇 해전 통계청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어 두 정당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 정당에선 잡상인 취급으로 날 당황스럽게 만들고, 한 정당에선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로 나의 무겁고 힘든 오후를 달래주었다. 날 따뜻이 대해준 이는 그 사무실의 사무원일 뿐이다. 그가 앞둔 선거를 두고 계산적으로 이리 대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선거철만 되면 학연이니, 지연이니 따져 세상에 둘도 없는 것처럼 떠받들다가 금배지만 달면 언제 봤냐는 식의 정치인들의 태도에 화가 난다.(물론 모든 정치인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선거는 4년이면 어김없이 돌아온다. 4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지 않다. 4년이란 시간은 아동이 청소년으로 변화되는 시간이고, 미성년이 성년이 되며, 누구는 사회인으로 변화되어 첫발을 내딛는 시기이기도 하며, 한 아이가 잉태되어 세상을 보고 자라는 시기이다.

그만큼 변화가 가능한 시기이다. 당쟁에 집착하지 말고,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말기를 당선자께 바란다. 학연을 찾기전에 모교 운동장에서 후배들과 뛰며 땀 한번 흘리기를. 지연을 찾기전에 지역구의 불우한 이들을 위해 연탄장 한번 나른 검은 재 묻은 손을 보기를 바란다. 물론 선거철을 제외하고 말이다.

국회의원 혼자 이루려면 힘든 일도 많고 부딪힐 일도 많을 것이다. 안다. 정치인들만큼 많이 알지는 못하더라도 우리 국민들 결코 어리석지 않다. 터놓고 어려운 건 어렵다, 말해주고 자신의 표가 아닌 자신의 일처럼 보듬어 준다면 선거철에 그리 굽신거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제 여의도로 입성하는 여러분께 한마디 올린다. 당신들은 결코 우월함의 표시로 금배지를 단 게 아니다. 그 금배지는 당신 지역구민의 한표이자, 감시의 눈이다. 언제든 금배지는 절치부심하고 있는 당신 라이벌의 옷깃에 옮겨 가 달릴 수 있음을 명심하라. 당신은 4년 계약직의 비정규직 근로자임을. 4년뒤 열심히 뛰어다녀 다 닳은 당신의 구두 뒷굽이 당신의 노력을 말해주길 기대한다. 4년 후 내 오늘의 투표를 뿌듯해 하며 가족과 당당히 투표장에서 당신을 만나길 학수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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